힌남노에 온실가스 830만t 줄인 포스코…‘기후 악당’ 안 되려면
‘830만톤.’ 지난해 포스코가 ‘본의 아니게’ 줄인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2022년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019만t으로, 한 해 전(7849만t)보다 10% 넘게 줄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감축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5.17%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포스코가 2030년 목표로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2019년 평균보다 10% 감축한 7092만톤인데, 지난해 배출량은 이보다 더 적었다.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오롯이 지난해 9월6일 발생한 태풍 ‘힌남노’ 덕분(?)이었다.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돼 석달 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7월 ‘2022 포스코 기업시민보고서’에서 “포항제철소 냉천 범람으로 인해 조강 생산량은 기준연도(17∼19년 평균) 3760만톤 대비 9.0% 감소한 3420만t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로 가동을 멈춰야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웃픈’ 장면이다.
■ 온실가스 배출량 7~9% 차지…‘또 하나의 석탄발전소’된 철강 공장
철강 생산 공장은 ‘또 하나의 석탄발전소’라고도 불린다. 철강 생산 공장을 돌리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2.6Gt)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총배출량의 7%(2019년 기준)를 차지한다. 세계철강협회는 철강 산업이 전 세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7~9%라고 추정하고 있다.
철강을 만드는 공정은 ‘고로 공정’과 ‘전기로 공정’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이 비율이 7대 3이다. 고로는 석탄 등을 연료로 사용해 철광석을 녹여 철강을 만들고,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덩어리)을 전기적인 방식으로 녹여 철강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1위 철강업체 포스코의 경우, 사실상 전부 고로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데, 일반적으로 고로 공정이 전기로 공정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4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고로 공정과 전기로 공정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다르다.)
특히 한국은 철강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4위로 책임이 크다. 게다가 국내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9327만t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14.2%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부문 배출량(2억4670만t)의 37.8%에 해당하는 수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2021년, 2022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7위 업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철강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10월부터 시범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시행되는데, 철강과 알루미늄, 비료 등 6개 산업군에 해당하는 제품을 유럽에 수출할 경우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의무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틸제로’(2050년까지 본인이 구매하는 철강제품 전부를 넷제로 철강으로 조달할 것을 선언) 등 자발적 이니셔티브도 확산세다.
■ “2030년 목표 미미…수소환원철·저탄소 시스템 속도 높여야”
한국 철강산업을 향한 압박도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철강산업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1.5도 목표’나 주요 선진국 철강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기 위해 철강 산업의 온실가스 직접배출량을 2019년 2.6Gt에서 2030년 1.8Gt으로 약 3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의 2030년 목표는 2017∼2019년 평균 배출량의 10%, 현대제철의 2030년 목표는 2018년 대비 12%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스틸트랙커’와 ‘액션 스픽스 라우더’ 등에 따르면, 조강 생산량 2위(2021년 기준)인 룩셈부르크의 철강생산업체 아르셀로미탈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일본제철은 2013년 대비 30%, 독일 티센크루프 2018년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생산 중단’이란 극단적 처방을 쓸 게 아니라면, 최대한 탄소를 저감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는 ‘수소환원철’ 상용화에 성공해야 한다. 수소환원철은 철강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 공정에서 석탄과 천연가스가 아닌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신공법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포스코는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법인 ‘하이렉스’ 기술을 통해 2028년 실증 플랜트 100만t, 2033년 데모 및 상업 규모 플랜트 250만t을 설치해 350만톤 규모의 철강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은 넥스트 부대표는 6일 “2040년까지 최소 1천만t 규모의 수소환원철을 생산하는 구체적 투자계획을 세우고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환원철 상용화 전까진 기존 생산체계를 저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넥스트는 지난 7월 발표한 ‘한국 철강산업의 넷제로 로드맵 및 전략’에서 “기존 고로-전로에 환원제로 천연가스 또는 코크스오븐가스를 넣고, 철스크랩 이용비율을 30%까지 올릴 경우, 2030년 탄소 배출집약도를 2021년 대비 17% 감축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액션스픽스라우더의 이지언 그린스틸 캠페인 매니저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저탄소 철강으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며 “국내 철강사들이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고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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