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 불발에 '파운드리 협력' 선회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인텔이 지난 해 2월부터 진행했던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가 무산되자 '파운드리 부문 협력' 카드를 꺼내들었다.
타워 세미컨덕터가 현재 일본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65nm(나노미터) 전력반도체 300mm(12인치) 웨이퍼를 내년부터 미국 뉴멕시코 주 리오랜초 소재 인텔 시설에서도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그간 IFS가 진행해 왔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과도 결이 다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타워 세미컨덕터가 3억 달러(약 3천992억원)를 들여 직접 IFS 시설에 설치하고, IFS가 이를 위탁운영하는 형태에 가깝다.
■ 인텔-타워 세미컨덕터, 지난 8월 인수 계약 해지
타워 세미컨덕터는 자동차와 의료용 기기, 산업용 장비와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와 회로를 공급하는 회사다. 이스라엘과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CMOS 센서와 아날로그 신호 처리용 반도체 등을 생산한다.
인텔은 지난 해 2월 타워 세미컨덕터 시가 총액 약 36억 달러(약 4조 3천200억원)에 더해 50%인 18억 달러(약 2조 1천600억원)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하기로 한 뒤 각국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양사는 지난 8월 중순 "인수 계약이 기한 내에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양자 합의에 따라 이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당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앞으로도 타워 세미컨덕터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겨두었다.
■ "IFS, 타워 세미컨덕터 65nm 반도체 내년부터 생산"
5일(미국 현지시간) IFS와 타워 세미컨덕터는 "타워 세미컨덕터의 65nm 전력관리 반도체 300mm 웨이퍼를 미국 뉴멕시코 주 리오란초 소재 인텔 11X 팹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워 세미컨덕터의 65nm BCD 플랫폼은 아날로그 신호 제어를 위한 바이폴라, 디지털 신호 제어를 위한 CMOS, 고전력 처리를 위한 DMOS를 하나의 칩에 구현했다.
주요 용도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LED·모터·배터리 제어 장치 등이며 2018년 1세대, 2022년 2세대 플랫폼이 나왔다.
■ 생산 시설 투자 비용 3억 달러, 타워 세미컨덕터 전액 부담
양사 발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타워 세미컨덕터가 뉴멕시코 주에 설치해 '소유·운영'할 모든 장비와 고정자산에 대해 최대 3억 달러(약 3천992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파운드리 업체는 통상 시높시스, 케이던스 등 전자설계자동화(EDA) 업체가 생산하는 소프트웨어로 완성된 반도체 설계도만 받아 웨이퍼에 식각해 공급한다. 의뢰한 업체가 직접 파운드리 업체에 각종 장비를 직접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시 말해 타워 세미컨덕터의 파운드리 시설을 IFS가 유치해 위탁운영하는 형태에 가깝다. 이런 형태의 생산 방식은 애플이 주로 이용해 왔다.
■ 애플,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에 시설 투자 후 제품 공급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탑재될 소형 LCD·OLED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국내외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 등에 애플 부담으로 생산 라인을 설치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이렇게 설치된 생산 라인은 애플이 요구한 제품에 최적화되어 애플 관련 제품만 생산한다. 또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으며 생산 라인 정리도 마음대로 불가능하다.
일례로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 하쿠산(白山) 시 소재 공장에서 아이폰XR·아이폰11용 소형 LCD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던 재팬디스플레이(JDI)는 2020년 8월 말 공장 정리 당시 LCD 생산 설비 일부를 애플로 추정되는 '특정 고객사'에 매각했다.
■ IFS는 위탁운영 모델 추가, 타워 세미컨덕터는 생산 거점 다변화
인텔은 IFS 출범 3년차인 올해부터 '오픈 파운드리'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생산 전 과정 뿐만 아니라 타사에서 생산된 반도체의 조립·패키징 등 일부 과정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번 타워 세미컨덕터와 체결한 계약을 통해 위탁운영 모델도 추가했다. 부지 확보, 운영 노하우 등으로 직접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힘든 고객사가 IFS를 이용해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타워 세미컨덕터도 현재 일본 토야마 현 우오즈 시(富山県魚津市) 소재 시설에서만 만들던 300mm 웨이퍼를 미국 내에서 직접 생산해 북미·남미 지역 고객사의 납기를 대폭 단축하며 대량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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