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중은행으로 역머니무브...저축은행은 '울상'
저축은행 4%대…시중은행 최고 금리와 차이없어
은행권에서 4%대 예금이 속속 등장하자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만 한달새 1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움직임에 저축은행에서도 4%대 예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저축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인상한 후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지난해만큼 금리 격차를 벌리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44조9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986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10조7070억원 늘어난 이후 두달 연속 10조원을 넘었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12개월 만기 기준)는 지난 4월(3.51%) 이후 △5월 3.59% △6월 3.76% △7월 3.81%로 오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기준)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4.10%(우대금리 기준)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4.05%), Sh수협은행 첫만남우대예금(4.02%), BNK부산은행 '더 특판 정기예금'(4.0%), DGB대구은행의 'IM스마트예금'(4.0%) 등이 4%대 금리를 제공한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0~3.8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연 3.45~3.71%(6월1일 기준) 수준이던 금리 상·하단이 각각 0.14%포인트, 0.05%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몇 달간 하향 추세를 보여왔던 예금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건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금융채 1년물(AAA) 금리는 미 국채 금리 급등 쇼크 영향으로 올들어 최고 수준인 연 3.9%까지 높아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작년부터 미국 금리가 인상되며 환율도 같이 올라갔는데 유동성이 감소되어 자금 조달 필요에 따라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라며 "최근 대출이 증가하며 해당 자금 예수금으로 조달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 예금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출 잔액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총여신 잔액은 6월말 1430조797억원에서 8월말 1447조6538억원으로 두달새 17조5741억원 늘어났다.
이에 저축은행들도 시중은행 예금 금리 인상에 맞춰 예금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약 1%포인트 정도 높게 설정한다. 은행채 등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조달창구가 수신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이 급격하게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79개 사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4.15%로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과 0.05%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의 금리가 5%대를 넘기자, 저축은행권에서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6%를 상회하는 특판 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내놓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이 예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수익성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상 수신상품의 금리를 올리면 나가는 이자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반면 받아야 하는 이자수익은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20%)에 따라 대출금리 인상을 제한받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사의 지난 1분기 이자수익은 2조678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928억원)보다 7.5%(1860억원) 늘어났지만, 이자 비용은 2조208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707억원) 대비 287%(1조6380억원) 급증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0.1%포인트 금리 차에도 매우 민감하다"면서도 "지난해처럼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올들어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말 공격적으로 올렸던 예금금리가 원인"이라며 "아직 유의미한 수신 잔액의 변화는 없지만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을 위해 결국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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