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나오라" 언론노조, 출판 산별교섭 요구

김예리 기자 2023. 9. 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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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5인미만, 30%는 외주…산별교섭으로 해결해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출판사용자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 출판 노동실태 개선을 위한 산별교섭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협에 산별교섭을 요구했다. 정부가 출판업계 노사정협의체 구성에 나서라고도 밝혔다. 언론노조의 첫 출판업 산별교섭 요구로,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외주제작이 만연하는 등 출판계 열악한 노동실태 개선을 위해 사용자단체인 출협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다.

안명희 언론노조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은 “세계 10위권이고 국내 콘텐츠산업 가운데 매출이 가장 큰 산업 규모에 비해 노동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고 했다. 지난해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에서 일체 적용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출판사의 66%를 차지하고 '외주제작'이 30%에 육박한다.

▲안명희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 의장이 대한출판문화협회 산별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안 의장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며, 임금명세서를 교부하지 않는 등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모든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만 지켜도 지금보단 나을 거란 얘기를 한다”고 했다. 김원중 서경출판지부 사무국장은 “출산과 육아휴직을 쓴다고 밝힌 경우도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출판계 80%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안 의장은 “외주 프리랜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프리랜서'라며 노동법을 적용 받지 못한다”고 했다.

안 의장은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노동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해고도, 작업비 체불도, 출판사가 폭력적으로 행하는 모든 관행이 기준이 됐다”며 “출판노동자 요구는 기본적이다. 장시간 노동부터 어떻게든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이 자리에서 출협이 교섭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출협이 출판사 대표를 가입 자격으로 둔 데다 국내 주요 출판사를 포함해 4000여곳을 회원사·준회원사로 둔 최대 단체이고 예술인고용보험 제도 논의 때도 출판 분야 사측으로 참여한 만큼 사용자단체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대한출판문화협회 산별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미 출협은 다른 여러 이슈에서 사용자 대표임을 자처했다. 그러나 유독 노동자와 교섭에선 사용자 대표성을 회피하며 교섭을 해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언론노조는 산별교섭이 성사되고 노사정 협의체가 안정적으로 구축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직무의 상당 부분이 외주화돼서 상시로 비정규직 고용이 이뤄지는 출판업 특성상, 개별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노사 교섭은 한계가 명확하다. 교섭 틀을 전환해 출판계 전체 관행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산별교섭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의 공백도 비판했다. 그는 “현재 문체부는 '진흥'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구태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며 “문체부가 할 일은 대한민국 문화산업 중추인 출판업계의 낙후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출판산업 발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책임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주무부처인 문체부에 노동 환경 개선과 출판 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길 공공운수노조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연대발언에서 “수백 장의 책을 만들어도 자기를 위한 한 장의 계약서도 없는 노동자가 50%를 넘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영화산업도 대다수가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2007년 이래 영화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산별단체 협약을 해왔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출협도 필요할 때만 사용자 대표로 나서지 말고 출판산업 전반의 외주화에 따른 열악한 현실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 공공운수노조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이언론노조 대한출판문화협회 산별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협에 산별교섭을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노동부에 출판업계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할 예정이다. 언론노조에는 △고래가그랬어 △보리 △사계절출판 △작은책 △좋은책신사고 △창비 △한겨레출판 사업장 지부와 외주 제작 노동자와 근로 계약 노동자가 가입한 지역 지부인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속해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통화에서 언론노조의 산별교섭 요구에 “내가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홍보팀에 문의하라”고 했다. 강수걸 출협 출판윤리위원장은 통화에서 “출협 정관상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출판사로부터 위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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