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돌판] 아버지의 필살기 ‘돌짜장’

이민아 2023. 9. 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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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 출판사가 함께 기획하고 돌아가며 출판하는 '아무튼, 시리즈', 7년째 50여 권의 책이 출간될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아무튼의 주제 '돌판'과 짝을 이룬 음식은 짜장면입니다.

300도 돌판에 올라간 짜장면은 식지도 않고, 불지도 않아 첫입부터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죠.

짜장면이 배달음식의 최고봉이던 시절, 아버지는 왜 '돌짜장'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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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 출판사가 함께 기획하고 돌아가며 출판하는 ‘아무튼, 시리즈’, 7년째 50여 권의 책이 출간될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아무튼, 양말’, ‘아무튼, 문구’, ‘아무튼, 여름’ 등등처럼 저자가 좋아하고 흥미 있는 뭔가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는 식입니다.

이번 연재도 ‘아무튼’의 힘을 빌려봅니다. ‘뭐가 어찌 됐든 간에 우리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깊고 넓게 다룹니다.

불에 달궈지고 있는 돌판, 청주방송 DB

음식을 어디에 어떻게 조리하느냐, 또 음식은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집니다.

국밥을 포장해 와서 먹으면 식당에서 먹는 그 맛이 안 나는 이유도 음식을 담는 그릇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여 먹어야 맛있다’, ‘삼겹살은 자고로 솥뚜껑에 구워 먹어야지’ 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 보면 음식에도 궁합이 맞는 용기가 있다는 지론에 힘이 실립니다.

음식과 용기가 딱 맞아떨어지면 어느새 그 자체로 고유대명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뚝배기 해장국, 가마솥 통닭, 이름만 들어도 미각 회로가 절로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용기 중 나의 음식을 한 층 돋보이게 할 최고의 궁합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겠는데요.

아무튼의 주제 ‘돌판’과 짝을 이룬 음식은 짜장면입니다.

300도 돌판에 올라간 짜장면은 식지도 않고, 불지도 않아 첫입부터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죠.

이야기는 충북 청주시에 자리한 중국집을 배경으로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철가방이 열리면 어김없이 짜장면이 등장하던 시절.

이 중국집은 의아하게도 오로지 홀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돌짜장.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짜장의 풍미는 ‘돌판’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합니다.

지금에야 ‘돌짜장’을 하는 집이 종종 있지만, 그때만 해도 청주에서 ‘돌짜장’ 하는 집으로는 아마 최초였을 거랍니다.

‘돌짜장’으로 입소문 난 가게는 사람 나이로 치면 서른아홉.

1985년 아버지가 창업한 가게를 아들이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지금은 ‘돌짜장’도 진화해 푸짐한 건더기와 누룽지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짜장소스는 아버지의 노하우 그대로죠.

짜장면이 최고의 배달음식이던 시절을 보여주는 영화 속 한 장면, 철가방에 적힌 신속배달이 인상적이다. 영화 강철대오 캡쳐

짜장면이 배달음식의 최고봉이던 시절, 아버지는 왜 ‘돌짜장’을 만들었을까.

어쩌면 당시 사장님은 짜장면을 그저 빠르고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닌 특별한 날 기분 낼 수 있는 요리로 만들어야 겠다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음식에 맞는 용기를 선택할 때 무게, 비용, 관리 방법 등 고려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요.

식당에서 ‘돌판’은 그다지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음식이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손목에 무리가 생길 것은 자명하고, 상을 치우고 돌판을 닦고 옮기고 할 때마다 돌과 씨름을 하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그래도 ‘돌판’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오로지 ‘맛’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맛을 알고 ‘돌짜장’을 찾는 손님이 당시에는 그리 많지 않았답니다.

다행히 아버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아들은 알았죠.

오른쪽,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2대째 중국집을 운영중인 한지호 대표, 왼쪽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찍은 유년시절 모습

이 집 ‘돌짜장’은 이제 점심시간에 조금만 늑장을 부려도 웨이팅을 해야 할 만큼 유명해졌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면 ‘글쎄, 다 때가 있다니까!’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태어났더니 중국집 아들이었다는 사장님은 ‘돌짜장의 성공 비결’을 묻자, “부모님이 가게 기반을 튼튼히 다져놓으신 덕분”이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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