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0년 광학의료 기업의 다음 꿈은 의료AI·로보틱스...투자와 M&A 속도 낼 것”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경쟁 위해 몸집 더 키워야”
“잘하는 영역에 역량 더 집중”
“일본인 중심의 기업 문화와 여러 사업군에 역량이 분산된 구조로는 한 분야에 역량을 초집중하는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이 어렵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었어요. 글로벌 의료기술(메드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분야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지난 5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구 올림푸스 본사에서 만난 프랭크 드레왈로우스키 올림푸스 내시경 솔루션 사업부 총괄은 최근 회사가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배경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올림푸스는 1919년 현미경 생산 기업으로 출발한 일본의 대표 장수 기업이다. 주요 사업 축이던 카메라 사업을 2020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현미경 사업도 매각하고 지금은 100% 의료기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3월 말 기준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 8819억엔(약 8조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독일 태생인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1992년 올림푸스 유럽법인에 입사해 주요 부서 관리자를 두루 거쳤다. 2006년 올림푸스 독일법인 의료사업부 총괄이사, 2011년에는 올림푸스 유럽법인 의료사업부 총괄이사, 2018년 올림푸스 유럽법인 대표를 지낸 정통 ‘올림푸스맨’이다.
2020년에는 올림푸스 내시경 솔루션 사업부 총괄을 맡으면서 본사가 있는 일본 도쿄로 건너와 회사의 핵심 사업인 내시경 솔루션 사업을 이끌고 있다. 올림푸스는 전세계 내시경 시장에서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선두 기업이다.
이날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올림푸스의 회사 경영 구조와 기업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현재 나를 비롯해 올림푸스 경영을 이끄는 집행 임원 10명 중 6명이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고, IT, 네트워크 기술 분야 등의 외부 전문가들이 이사회에 새롭게 참여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통처럼 유지돼왔던 사업 구조와 낡은 경영 문화를 바꾼 것이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에 따르면 현재 올림푸스는 최근 자체 연구개발(R&D)을 추진하면서 한편에선 우수 기술을 보유한 외부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그동안 주로 자체적인 기업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전략적 M&A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실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최근 4년 간 인수합병에 1400억엔(약 1조2685억원)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림푸스는 100% 의료전문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 3대 질환 영역인 ‘소화기내과’와 ‘비뇨의학과’, ‘호흡기내과’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림푸스가 최근 4년 간 인수한 기업을 보면 이스라엘 의료기기 회사 메디테이트(전립선질환 처침습), 유럽 의료기기 회사 아크(대장내시경), 미국 의료기기 회사 버랜(호흡기질환), 네덜란드 퀘스트 메디컬(이미징 기술), 영국의 오딘비전(클라우드형 AI 기술), 한국의 태웅메디칼(소화기내과)이 있는데 모두가 중장기 역점 분야의 주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예를 들어 올림푸스는 지난 2020년 아크를 인수하면서 대장내시경 처치구 ‘엔도커프 비전(ENDOCUFF VISION)’ 같은 혁신 의료 제품 권리를 확보했다. 이는 대장내시경의 선단부에 부착해 사용하는 일회용 의료기기인데 대장 안의 공간 내 굴곡을 넓히고 주름을 펴서 의료진이 대장내시경 검사 또는 용종절제술을 시행할 때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19년 영국 의학저널 거트지에 발표된 임상시험에 따르면, 엔도커프 비전이 부착된 대장내시경 검사 환자군에서 일반내시경 환자군 대비 선종 발견율이 10.8%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 발견율은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올해 올림푸스가 인수를 진행한 국내 기업 태웅메디칼은 소화기내과 금속 스텐트 전문 기업이다. 소화기 스텐트는 암 또는 다른 질병으로 인한 장기의 폐색 또는 협착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데, 이 회사의 금속 스텐트는 강한 반지름 방향의 힘(Radial force)과 유연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이 회사 인수 작업은 종결을 앞두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저성장 사업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막대한 자본으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확보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의 얘기다.
실제 세계 상위 20위권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에 속하는 존슨앤드존슨(J&J), 제너럴일렉트릭(GE)이 비중심·저성장 사업자산을 잇달아 매각 정리하는 한편, 확보한 자금을 M&A와 주요 사업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2021년 미국 회사 메드트로닉은 이비인후과 기기업체 인터섹트 ENT를 인수했고, 같은 해 보스톤사이언티픽은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 시술에 쓰는 레이저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 루메니스 써지칼 사업부를 인수, GE에서 분사해 독립한 GE헬스케어는 초음파 기반 수술가이드와 이미징 기술을 보유한 BK메디컬을 인수했다.
올림푸스는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전략적 M&A를 계속 추진하는 한편, 연구·개발(R&D)투자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올림푸스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로보틱스 기술 등 기존 제품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차세대 기술과 새로운 방법에 대해 계속 연구 개발하고 있다”면서 올림푸스의 AI 솔루션 ‘엔도브레인 아이’를 예로 들었다. 이는 올림푸스가 지난해 우리나라 시장에도 선보인 대장내시경 검사 보조 AI 시스템으로, 딥러닝을 토대로 약 395만장의 대장내시경 영상을 AI에 학습시켜 정량적으로 분석해 의료진이 병변에 대한 진단을 내릴 때 이를 보조해준다. 대장내시경 검사 중 용종 및 암 등의 병변이 발견되면 알림 소리와 함께 화면의 병변 주변에 색이 표시돼 의료진이 정확하게 병변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앞서 임상시험 결과 민감도 98%, 특이도 93.7%로, 내시경 검사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의 정확성을 입증했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국가별로 인허가 규제 속도가 다르나 오는 2027년이 세계 AI 시장이 대폭 열릴 수 있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대비해 올림푸스 제품 전반에 AI 기반 시스템 생태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올림푸스는 연간 매출의 약 8%를 차세대 기술과 제품 R&D에 투자하고 있는데, 오는 2026년에는 연매출의 8.5% 수준으로 R&D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한 국가 중 한 곳”이라면서 “올림푸스는 한국 의료진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다양하고 혁신적인 의료 솔루션을 공급해 한국의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성과를 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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