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하려고 각종 사업 통·폐합한 결과는 청소년 지원 예산 삭감[플랫]
해당 사업 예산 노동부로 ‘단돈 1원’도 안 가
정부, 여가부 폐지 근거 “기능 중복” 들지만
‘약자 복지’ 제대로 안 옮기고 방치…‘반토막’
여성가족부가 고용노동부와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청소년 노동권 보호사업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노동부의 관련 예산은 단 한 푼도 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 소관 예산이 ‘증발’되면서 정부의 청소년 노동권 보호사업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청소년은 3명 중 1명이 일터에서 부당 처우를 당하는 대표적인 ‘노동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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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타 부처와 중복되는 업무가 많으니 기능을 이관하면 된다’고 말해왔지만, 막상 업무를 조정해보니 당사자들의 ‘약자 복지’는 제대로 옮겨지지 않고 사라졌다. 정부·여당의 여가부 폐지 추진 근거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향신문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여가부·노동부의 국회 제출 예산안 사업설명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여가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 사업을 폐지하고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사업은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상담, 현장 방문 등 중재해결, 노동인권교육, 행복일터 발굴·실시, 홍보 등을 진행하던 사업이다. 여가부는 지난해 12억7300만원을 들여 사업을 진행했는데 내년 예산안에서는 이를 전면 폐지했다.
여가부는 노동부에 중복되는 사업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을 통·폐합했다. 여가부는 지난달 29일 예산안을 발표할 때 “부처간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구조 혁신을 통해 예산을 효율화하는 한편, 절감된 예산으로 약자를 두텁게 지원할 수 있도록 편성했다”며 해당 사업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여가부가 말한 노동부의 ‘중복 사업’ 예산은 늘기는커녕 오히려 전년보다 소폭 삭감됐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보면, 노동부의 2024년 ‘청소년 근로조건 보호’ 사업 예산은 16억1300만원으로 2023년 16억2300만원보다 0.6% 감소했다. 노동부 사업도 상담, 사업장 지도감독 등 현장활동, 홍보, 실태조사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여가부의 예산이 빠지면서 올해 총 28억9600만원이던 청소년 노동권 보호사업 예산이 내년엔 절반 수준인 16억13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청소년은 일터에서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체불, 부당처우 등에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대표적인 ‘노동 약자’다. 여가부의 ‘2022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노동을 해 본 청소년 12.6%가 최저시급 미만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29.5%는 ‘부당 처우’를 당했다.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청소년 노동자 상당수는 권리 침해에 노출돼 있다.
정부·여당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타 정부부처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국민의힘의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여가부의 노동 관련 정책은 노동부로, 성평등·가족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로 보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막상 중복 기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책 수혜자의 권익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증발’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여가부로부터 해당 정책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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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의원은 “유사 사업을 통폐합하겠다면서 청소년 등 고용취약계층 예산이 증발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막무가내식 감세로 인한 재정여력을 상실하자 약자 복지라는 자신의 약속조차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예산 심의 과정에서 꼼꼼히 이들의 예산을 복원시킬 것”이라고 했다.
▼ 조해람 기자 lennon@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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