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망사용료법이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글로벌 빅테크의 위선"

심지혜 기자 2023. 9. 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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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최종 사용자(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콘텐츠(빅테크) 사업자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레이튼 박사는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빅테크가 한국의 망 무임승차 저지 움직임에 대해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인 태도"라며 "그들이 재산권 보호와 이익을 위해 열심을 내듯이 인터넷 사업자들 또한 망 투자 회수를 위해 정당한 대가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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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분야 전문가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박사 인터뷰
망 이용대가法 전세계 주목…빅테크 본고장 美도 추진
"한류 성공의 기반은 '우수한 인터넷'…韓 망치지 말아야"
[서울=뉴시스] GSMA가 주최하는 M360 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학교 박사가 기자들과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심지혜 기자)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인터넷이 최종 사용자(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콘텐츠(빅테크) 사업자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학교 박사가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글로벌 통신분야 전문가로 인정받는 미국 포브스 시니어 칼럼리스트로서 빅테크의 망 이용대가 납부 필요성에 대한 기고문을 내고 관련해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레이튼 박사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M36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행사에 앞서 그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빅테크가 망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빅테크의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품질 책임은 통신사가 지고 있다. 통신사는 콘텐츠 품질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투자하는 반면 빅테크는 이에 대한 기여를 외면하는 형국이다. 이에 인터넷의 존재 본질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빅테크가 한국의 망 무임승차 저지 움직임에 대해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인 태도”라며 “그들이 재산권 보호와 이익을 위해 열심을 내듯이 인터넷 사업자들 또한 망 투자 회수를 위해 정당한 대가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N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를 통해 2030년까지 인터넷 접속 가능 인구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2조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정책 방향이 다른 나라와 동떨어진 게 아니다. 미국, 유럽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에서도 유사한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美 통신사들 "빅테크 망 투자 기여하라"…관련 법 추진


레이튼 박사에 따르면 미국도 이달 말 빅테크가 ‘보편적 서비스 기금(universal service fund)’을 통해 망 투자 재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원에서 발의될 예정이다.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가 지지하고 있다. 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서는 통신사만의 투자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빅테크의 기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미국 일부 지역 통신사들이 미국 의회에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빅테크의 망 투자 분담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직접적인 세금 징수가 어려워 기금 형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빅테크로부터 직접 망 이용대가를 받으려고 하는 우리나라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통신사연합회(ETNO)가 우리 통신사들과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빅테크의 망 투자 기여와 정부의 정책적 논의 촉구에 힘을 모았다.

레이튼 박사는 미국이 기금 형태로 빅테크의 투자를 독려하지만, 결국에는 한국식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통신사가 워낙 많다보니 기금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 한국처럼 직접 망 대가를 받는 방식에 관심이 모인다"며 “특히 한국의 방식이 신흥국에게는 적용하기 유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류' 성공의 기반은 '초고속 인터넷'…"망 무임승차로 망쳐선 안돼"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빅테크가 국내 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는 대놓고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통신사는 빅테크가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함에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품질을 고도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는 데다 전용망까지 제공하는 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통신사(SK브로드밴드)와 빅테크(넷플릭스)간 소송까지 진행될 정도다.

이뿐 아니라 국회에서는 통신사와 빅테크 간 망 이용계약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7개나 발의됐다.

레이튼 박사는 “한국은 중요 자산인 광대역 통신망을 망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보장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K-콘텐츠가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중요한 발판도 한국의 광대역 통신망에 있다고 강조했다.

걸그룹 블랙핑크 팬이라고 밝힌 레이튼 박사는 "한류의 성공은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한국의 통신망을 기반으로 가상의 인터넷 공간에서 아티스트가 콘서트를 열고 가상·증강현실(AR·VR)을 활용해 자유롭게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또 손쉬운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기에 먹방, 요리쇼 등에 일반인들도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레이튼 박사는 "망 무임승차를 당연시 하는 빅테크의 행동은 공정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이런 관행에 맞선 것은 잘 한 일이다. 좋은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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