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 9월 모평, 6월보다 국어 어렵고 수학은 쉬워

김민제 2023. 9.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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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수능 논란]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시행된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에 마련된 문제분석 상황실에서 강사들이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국어의 경우 지난 6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고 수학은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쉬운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모의평가는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출제된 첫 시험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는데, 킬러문항은 등장하지 않았고 대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 난도 문항 등을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월 모의평가는 6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2139개 고등학교와 485개 학원 고사장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며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여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교육방송 연계율은 국어가 51.1%, 영어가 53.3%, 수학과 탐구 등은 50%다.

■ 6월 모평보다 어려웠나

과목별 난이도 분석을 보면, 국어 영역은 쉬웠던 것으로 평가받은 6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교육방송 현장교사단 소속 최서희 중동고 교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경향 분석 브리핑에서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는 6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종로학원은 “평균 점수(원점수 기준)가 언어와 매체에서 5.4점, 화법과 작문에서 4.8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가 6월보다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통상 140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150점에 가까우면 ‘불수능’으로 불린다.

수학 영역에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교육방송 현장교사단 소속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전반적으로 2023학년도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수능과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5점, 151점으로 매우 어려웠던 시험으로 꼽힌다. 반면 종로학원은 “표본조사 결과, 수학 미적분의 경우 6월 모의평가 대비 원점수 기준 4.4점, 기하 5.2점, 확률과 통계 3점 상승할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고 봤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도 6월 모의평가와 2023학년도 수능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영어 영역 난이도에 대한 분석도 주체마다 차이가 있었다. 교육방송 현장교사단은 “지문을 충실하게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문항을 출제했다”며 “올해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밝힌 반면, 이투스는 “독해에서 추상적 내용의 지문이 줄고 어휘 수준도 평이해 6월 모의평가보다는 평이한 출제 난이도였다”고 봤다.

■ 킬러문항 출제됐나

9월 모의평가 실시 전부터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킬러문항 출제 여부다. 교육부는 지난 6월 킬러 문항을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사교육에서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고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규정하고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방침이 적용된 첫 시험이기 때문이다.

국어와 수학, 영어 영역에서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킬러 문항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 체감도를 높여 학생들에게 친숙한 지문을 제시했고, 학원에서 문제풀이를 반복·훈련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이나 지나치게 많은 개념을 결합한 문항 등은 배제했다고 교육방송 현장교사단은 평가했다.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는 국어에서는 ‘압전효과’를 이용해 미세물질의 질량을 재는 초정밀 저울에 대해서 다룬 독서 11번, 유형원과 정약용의 개혁론에 대해 다룬 15번, 문학작품 속 소재 간 대립과 유사관계에 대해 다룬 문학 27번 등이 꼽혔다. 수학에서는 수학Ⅰ 14번, 수학Ⅱ 22번, 확률과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이, 영어는 제목을 추론하는 24번, 빈칸을 추론하는 33·34번 등이다.

■ 킬러문항 빼고 변별력은 어떻게?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난도 문항의 비율을 늘리거나 지문에 딸린 선택지를 까다롭게 구성하는 방식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어 영역의 경우,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정답률 60% 미만의 문항이 6월 모의평가 5문제에서 9월 모의평가 12문항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도 “킬러문항은 없었으나 준킬러급 문항들이 난도를 있게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선희 교사는 “선택지의 정교함”이 보인다며 “단순히 내용의 일치와 불일치를 묻지 않고, 보기를 통해 주어진 사례를 적용해 풀도록 해 학생들이 까다롭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영역에서도 익숙한 지문과 소재를 다루되, 오답 선택지의 매력도를 높였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독해 후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다소 생각을 요하거나 매력적 오답이 포함된 문제들이 많아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아주 낮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수학에서는 최상위권 변별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종로학원은 “정답률 60% 미만 문항 수는 6월 모의평가 10문항, 9월 모의평가 10문항으로 동일해 중상위권 변별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상위권 고난도 문제는 지난 6월보다 큰 폭으로 쉽게 출제됐다”며 “최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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