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7점' 수학 지필평가 재채점 추가점 준 교사, 2심서 무죄…왜?

서술형 문제 학생 2명 이의신청 수용…업무방해 혐의 기소
1심 벌금 300만원→교수 분석 받은 항소심 재판부 "무죄"

광주 지방법원./뉴스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수학과목 서술형 문제를 재채점해 학생들에게 추가 점수를 준 교사가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수학교사 A씨(47)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광주 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A씨는 지난 2019년 5월쯤 2019학년도 1학기 3학년 지필평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수학동아리 학생 2명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추가 점수를 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6점짜리 서술형 시험 문제에서 점수를 적게 받은 B학생이 채점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자, B학생의 시험풀이 내용, 서술 내용, 답안 등을 검토해 1점을 더 줬다.

또 배점 7점짜리 문제에서 3점을 받은 C학생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정답 처리하고 추가점을 부여했다.

광주시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에는 지필평가에서 시험 답안 처리에 오류가 있을 경우 교과협의회를 거쳐 채점 기준을 수정·보완하고, 학교장 결재를 맡도록 돼 있다.

A씨는 학생들로부터 이의신청을 받고 추가점수를 준 건 맞지만, 이는 출제자의 출제의도에 따른 재량권 행사로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은 공정한 학업 평가·관리에 관한 업무 방해에 해당한다"며 "이의신청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임의로 추가 점수를 부여했기 때문에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정한 학업평가·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로는'서술형 평가는 유사정답이나 부분 점수를 줘야 할 경우가 많아 규정과 달리 사전에 채점기준표를 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해당 학교 교감·교장의 일관된 진술을 꼽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남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가 B학생과 C학생의 답안에 대해 분석한 결과 A씨가 추가로 점수를 부여한 것은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과목 서술형 문제 출제자들도 사후에 채점기준표를 결재받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은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교사 A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형사재판과 별도로 시교육청 측으로부터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