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에 어떻게 갈까?…방러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깜깜이’

김경진 2023. 9. 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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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무기 거래 등을 위한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디데이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 위원장이 실제로 러시아를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가면 어떤 일정인지 그 어떤 정보도 공식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 2019년엔 '김정은의 집사'가 일주일 전에 동선 점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마지막 국제무대 활동은 2019년 4월이었습니다. 이때도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는 첫 만남이었는데, 2019년 2월 이른바 '하노이 노딜'로 북미 협상이 결렬되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나섰던 때였습니다.

당시에도 정확한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는 막판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달 전부터 회담 가능성이 흘러나왔었고, 회담 엿새 전에 크렘린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청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2019년 4월 정상회담 땐 '김정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선발대로 일주일 먼저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역의 보안 상황을 확인하고 동선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특히 김창선 부장은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 임천일 외무성 부상과 함께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됐던 극동연방대학에 방문해 사전 점검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호와 의전을 위한 본진은 회담 이틀 전 고려항공 특별기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입국했습니다.

당시 보안 문제를 이유로 러시아도 북한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진 않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4만여 명의 우리 교민들과 미리 와 있던 각국 언론을 통해 다양한 사전 정황들이 확인됐습니다.


■ 블라디 교민들 "4년 전 같은 움직임 없어…잠잠한 분위기"

하지만 이번엔 4년 전과 같은 움직임은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4년 전에는 건물에 인공기도 걸리고, 사전점검하는 북한 사람들을 봤다는 얘기도 자주 나왔지만, 현재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4년 전엔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몰려들어서 도시가 들썩거렸지만, 현재는 잠잠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언론에서 예상하는 10일에서 13일 사이에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기엔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지만, 이번 방러가 두번째인데다 동선과 장소 등이 1차 때와 거의 같아, 첫 번째 방문보다는 점검할 요소가 적기 때문에 선발대가 이틀 전에만 도착해서 준비해도 방러가 불가능하진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김정은, 이번에도 방탄 전용열차 타고 이동할 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도 2019년과 마찬가지로 전용 방탄열차 '태양호'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24일 새벽에 태양호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10시 40분쯤 북러 접경 지역인 하산에서 환영행사를 가졌고, 오후 6시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습니다. 약 1,100km 정도 떨어진 거리를 이동하는 데 하루가 걸렸습니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오는 9일 북한의 정권수립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뒤 다음날인 9월 10일 전용열차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1일이나 12일에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태평양함대사령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도 방문?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무기 거래를 대가로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북러 간 관심사를 나타내기 위해,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으면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태평양함대사령부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2019년 방러 때에도 선발대가 러시아태평양함대사령부와 빵 공장 등 다양한 곳을 먼저 방문해, 김 위원장의 방문이 예상됐지만, 실제로 김 위원장은 대부분 장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에 헌화하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았던 식당을 찾아 오찬을 한 뒤 곧바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났습니다.

김 위원장이 워낙 동선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2019년처럼 별다른 외곽 일정 없이 평양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 노출된 동선…방문 계획 취소할 가능성은?

북러 간의 정상회담 일정이 이례적으로 미국 측에서 흘러나오면서, 김 위원장의 동선이 노출된 상황. 김 위원장이 막판에 계획을 취소하고 다른 기회를 노릴 거란 분석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2006∼2008년 주북 영국 대사를 지낸 존 에버라드는 BBC 인터뷰에서 "경호를 중시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일정이 알려질 경우 모든 것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 무기 거래의 '담판'을 지어야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이번 동방경제포럼이 그 계기가 될 거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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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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