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택한 도로공사 우승 주역들, 무거운 책임감으로 새 시즌 준비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22-2023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거둔 뒤 주축 선수 4명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다. 모두 대어급 선수로 꼽히는 만큼 한국도로공사가 이들을 모두 붙잡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주포 박정아(30)는 페퍼저축은행, 맏언니 정대영(42)은 GS칼텍스로 떠나면서 전략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래도 아웃사이드 히터 배유나(34)와 문정원(31), 전새얀(27)과 재계약을 체결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잔류한 이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비록 지난 시즌처럼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지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9일까지 12일간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다. 일본 V리그 1부 리그 도레이 애로우즈, 2부 리그 빅토리나 히메지, 고베 신와대학교 등과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이탈만 있던 건 아니다. 아시아 쿼터로 태국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 쑥솟(24)이 합류했고,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 히터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24)를 영입했다. 최근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20)과 세터 안예림(21)을 정관장으로 보냈고, 아웃사이드 히터 고의정(23)과 세터 박은지(19)를 데려왔다.
팀 내 고참급인 배유나는 새 시즌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어린 친구들이 얼마나 성장을 할지 기대된다"면서 "저 역시도 이번 기회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배유나는 "어느 조합으로 어떻게 포지션을 짤지 맞춰보고 시즌 전에 베스트 조합을 빨리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배유나는 새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의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기교적인 부분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파워나 높이는 기대 이상"이라며 "센스나 기교는 앞으로 호흡을 맞춰가면 되고, 아직 한 달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 배구를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데, 저희가 팁을 주면 다 배우려고 하고 자세나 의지가 정말 좋다"고 평가했다.
주축 선수들이 이탈한 만큼 부담감도 클 터. 배유나는 "(정)대영 언니랑 (박)정아 선수가 빠진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도 되고, 제가 주축으로 잘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항상 안주해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맞춰본다는 설렘으로 맞이하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전새얀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는 주로 언니들을 따라가는 역할이었는데, 이제 저도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연습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전새얀은 "준비를 잘하면, 시즌 때도 잘 나오는 것 같다. 리시브든 공격이든 많이 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웃사이드 히터는 리시브가 생명이다. 공격이 아무리 안 풀려도 리시브가 최우선"이라며 "정말 매일 연습하고 있다. 아마 배구 그만둘 때까지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께 잔류한 문정원은 현재 여자 배구 대표팀에 차출돼 자리를 비웠다. 타나차 쑥쏫 역시 태국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합류가 늦어지고 있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지만 배유나는 "우리는 그래도 대표팀이 문정원 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새 시즌을 앞두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배유나는 "리빌딩과 성적을 둘 다 잡으면 정말 베스트(최고)일 것 같다"라며 "팀적으로 봄배구에 가는 게 첫 번째 목표이고, 개인적인 목표는 블로킹 상위권에 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새얀은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초반에 솔직히 많이 좋을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하겠다"면서도 "시즌은 길기 때문에, 끝까지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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