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닌다던 내 남친이 사칭범?…가짜계정 판매자 ‘덜미’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가계정 만들어 판 IT전문가 검거
‘강남역 살인예고’에 악용되기도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을 사칭해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 30대 회사원이 지난 24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연합뉴스]

회사 직원임을 인정받아야 이용이 가능한 앱 ‘블라인드’에 허점이 드러났다. 일반인이 대기업·경찰청 가계정을 100개 이상 만들어 돈을 받고 판매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계정으로 살인 예고글을 올려 최근 구속된 피의자도 이같은 가계정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지난 6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100개 이상 블라인드 계정을 만들어 판 A(35) 씨를 최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정보통신망법상 침입,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체 프로그램으로 삼성·LG·SK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경찰청·교육부 등 공공기관 계정까지 만들어 팔았다. 계정당 하나당 약 5만원씩을 받아 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으로 유명한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인증해야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IT(정보통신기술) 전문가인 A씨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메일 주소를 허위로 만들어 가입인증 메일을 블라인드에 보내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원칙상 범행 수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가 힘들다”고 말했다.

가계정 사용이 드러나면서 블라인드 신뢰도에도 의문이 따라붙게 됐다. 지난달에는 30대 회사원이 A씨로부터 구매한 경찰청 계정으로 ‘강남역 살인예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가계정 사용자들 정보통신망법상 침입 혐의가 있다고 보고 블라인드에 관련 제공을 요청했지만 유의미한 정보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보 공유가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을 포함한 강제 수사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