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잡는 해병전우회? ‘빨간 명찰 떼라’ 주어 없는 입장문 논란

권혁철 2023. 9. 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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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관련해 대한민국해병대전우회가 2번째 입장문을 냈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인지는 적시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주장으로 일관해 해병대 예비역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병대전우회는 지난 5일 '해병대 명예와 전통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마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어 "전국 100만 예비역과 500만 가족의 이름으로 강력히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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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순직 수사 논란]해병대 예비역들 반발 잇달아
폭우 실종자를 찾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 용산 군사법원에 출석하면서 예비역 해병대 동기생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관련해 대한민국해병대전우회가 2번째 입장문을 냈지만,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의 책임인지는 적시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주장으로 일관해 해병대 예비역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병대전우회는 지난 5일 ‘해병대 명예와 전통을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마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어 “전국 100만 예비역과 500만 가족의 이름으로 강력히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해병대전우회 누리집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거나 “눈치나 보는 전우회는 각성하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병대 전우회의 이번 입장문은 지난달 14일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것이다.

해병대전우회는 입장문에서 “자신보다 국가를, 해병대 조직을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이것이 싫다면 빨간 명찰을 떼어버리고 당장 팔각모를 벗어라”라고 주장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주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박정훈 대령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해병대는 충성스러운 군대로 국군통수권과 지휘계통을 최고 준엄한 가치로 여기며 목숨을 바쳐 지금의 명예를 얻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이병에 이르기까지 이에 걸맞은 해병대 리더십과 충성심을 발현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항명과 상관 모욕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을 겨냥한 듯한 뉘앙스다.

해병대전우회 누리집에는 입장문을 반박하는 해병 예비역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해병대 694기 예비역은 “도대체 강력한 경고 및 항의의 메시지는 누구에게 보내는 것입니까. 왜 대상이 없습니까”라며 “오히려 많은 해병 전우들이 우유부단한 중앙회의 행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진실을 바란다. 외압하지 마라, 수사하게 놔둬라 왜 그렇게 말씀 못 하십니까. 해병대 명예와 전통을 알기나 하신 것입니까. 국방부 장관, 해병대 사령관이 시키더라도 부당한 것이면 거부하고 정의로운 길을 택하는 것이 해병대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해병대 867기 예비역은 “이런 사태에도 입닫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이런 전우회가 존재가치가 있을까? 이런 생각마저 듭니다. 불의에 눈감고 귀 닫을 생각이면 그냥 이권단체로 변신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입이 부끄러워 어디 가서 해병대 나왔다고 말도 못 하고 살 거 같습니다” 라고 썼다.

이밖에도 “전우회장과 일부 선배들은 붉은명찰 달고 ‘나 해병대 출신이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 쪽팔리게는 살지들 맙시다”, “전우회란 이름에서 ‘전우’는 빼시죠. 전우 뜻도 모르는 집단” 등의 글들이 해병대전우회 누리집에 올라와 있다.

앞서 해병대 전우회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1차 입장문에서 “사고의 책임을 수사함에 있어 공명정대하고 외부개입이 없어야 한다”며 “군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명확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밝힌 바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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