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거포급 쾅’ 홈런과 희망을 같이 쏘아 올렸다, 한유섬 결자해지 시작되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맞는 순간 한유섬(34‧SSG)의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타구는 훨훨 날아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외야 관중석 밖에 떨어졌다. SSG의 추격은 그렇게 한유섬의 방망이에서 시작됐다.
지난 주말 인천 KIA 시리즈에서 형편없는 경기력 끝에 3경기를 모두 내주는 등 최근 4연패에 빠져 있었던 SSG는 5일 대전 한화전 승리가 절실했다. 연패를 끊는 게 당면 과제였고, 4위권 팀들의 추격에서 조금은 한숨을 돌려야 했다. 이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선발 매치업도 우위였다. 기대가 컸다. 그런데 경기 초반 믿었던 커크 맥카티가 3이닝 동안 6실점하고 조기 강판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1-6으로 5점을 뒤진 상황에서 4회를 맞이한 SSG는 추격점이 절실했다. 단번에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차근차근 쫓아가며 한화 마운드를 압박해야 했다. 그때 한 방이 나왔다. 4회 선두 최주환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한유섬이 김기중의 4구째 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투런포를 터뜨렸다. 홈런 한 방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쩌면 SSG가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7.9㎞에 이르렀다. 그리고 134.6m를 날아 장외 홈런이 됐다. 마일로 환산하면 110마일 이상의 타구에 440피트 이상을 날아간 타구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홈런이었다. 무엇보다 한유섬 특유의 홈런 스윙이 나왔다.
한유섬의 홈런으로 추격 분위기를 만들어 간 SSG는 경기 중반 집중력을 과시하며 역전에 성공했고, 단단한 정신 무장과 함께 나온 듯한 불펜이 이 리드를 잘 지키며 11-6으로 역전승했다. SSG가 올 시즌 그들이 원하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어쩌면 꽤 중요한 비중을 갖는 하루일지도 모른다. 연패를 끊으며 기운을 차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유섬의 방망이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
첫 타석에서도 타구 속도 175.8㎞의 안타를 만들어 낸 한유섬은 이후 안타 두 개를 더 추가하며 올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했다. 첫 세 개의 안타가 모두 정타였다. 4안타 경기는 2022년 4월 9일 인천 KIA전 이후 처음이었고, 그 4안타 중 홈런이 낀 경기는 한유섬의 인생 경기로 불리는 2018년 5월 23일 인천 넥센전(한 경기 4홈런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기록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모처럼 기분 전환을 했다는 게 더 중요했다.
올 시즌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한 한유섬이다. 지난해 21개의 홈런과 100타점을 쳤던 타자가, 올해는 타율 2할과 싸우고 있었다. 타율과 홈런을 비롯한 모든 공격 지표가 폭락했다. KBO리그 통산 171홈런 타자가, 올해 9월에야 시즌 5번째 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한유섬을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이어졌으나 오히려 이는 SSG 타선의 슬럼프로 이어지며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올해 SSG 타선이 꼬이게 된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매듭을 꼬았으니, 매듭을 풀어내는 것도 한유섬의 몫이다. 다행히 타격감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유섬은 전반기 60경기에서 타율 0.185, 2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531에 머물렀다. 그러나 후반기 19경기에서는 타율 0.333, 3홈런, OPS 0.939로 성적이 오르고 있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타격감이 계속 좋아지는 흐름에 있었는데 5일 경기에서 그것이 진짜임을 보여준 것이다.
좌완 상대로 안타를 계속 쳐낸 것도 고무적이었다. 현재 SSG는 장타의 부활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유섬이 플래툰 선수가 되는 게 아니라 고정적인 선수가 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콘택트가 좋은 좌타는 몇몇 대기하고 있지만, 한유섬만한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는 대기 자원이 없다. 결국 한유섬이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5일 장외로 날아간 공이 한유섬의 고민과 좋지 않은 기운까지 다 끌고 갔다면 SSG 타선의 남은 시즌은 분명 희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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