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돌 맞은 국립합창단의 향후 50년은… “합창 저변 확대와 세계화를 위한 고민과 역할” 주문 잇따라

이강은 2023. 9. 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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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전문성과 예술성 추구를 위해 1973년 닻을 올린 국립합창단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5일 서울 JW 메리어트호텔에서 ‘2023 국립합창단의 50년 미래 50년’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김보미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는 ‘국립합창단 50년과 미래의 예술적 방향성 : 공연 레퍼토리 변천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 합창의 저변 확대와 세계 진출을 위한 국립합창단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2023 국립합창단의 50년 미래 50년’포럼이 끝난 후 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발제자로 나선 강지영 한양대 음악연구소 전임연구원(〃첫 번째), 김보미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립합창단 제공
먼저 김 교수가 지난 50년간 국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194회)을 분석한 결과, 헨델·바흐·하이든 등 유명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작품(Master works·명작) 공연 횟수가 58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반 레퍼토리(한여름 밤의 합창여행, 세계 명곡 순례 등)’가 53회, ‘창작합창작품(한국합창곡 발표, 창작합창축제 등)’ 24회 등이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명작 중에서도) 상당 부분 연주가 헨델(24회)의 메시아에 집중돼 있는 것은 실로 서글픈 현실”이라며 명작의 경우 다양한 레퍼토리(연주 목록)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헨델, 바흐, 하이든, 멘델스존으로 집중된 클래식 작품의 편식을 그만하고 다양한 걸작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창작 작품 연주회는 합창 음악 분야에서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연주 작품과 횟수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육적으로 긍정적 기능이 많은 합창을 어려서부터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등 합창의 저변 인구 확대를 위해 국립합창단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국립합창단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한국적인 소재 발굴에 힘쓰고 국악과의 융합에도 도전하길 바란다”며 “합창 음악에 시각적 효과를 곁들여 공간 예술로 승화하고, 음악극 형태의 창작곡도 활발히 만들어질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지영 한양대 음악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국립합창단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 세계 속 한국합창의 위상 정립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강 연구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합창단이 세계적인 페스티벌(음악축제)이나 국제 콩쿠르에 나가 실력을 널리 알리는 것도 국제적인 명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립합창단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세계적 경연) 대회나 축제 참가 기회를 넓혔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국립합창단의 정체성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작품들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립합창단이 21세기 현대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현대인들의 삶과 의식, 감정과 정서를 드러내는 레퍼토리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성이 강조된 곡, 가볍고 경쾌하여 청중에게 유쾌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곡, 생각할 거리와 울림을 주는 곡, 합창만으로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 등을 위촉하고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런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잘 소화하여 국립합창단의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며 “이를 토대로 국립합창단이 목표로 하고 있는 K합창클래식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경영 한양대 음대 작곡과 교수는 ‘타 단체와의 장르간 협업 및 장르 확장 : 관객의 관심 유발을 위한 방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우선 “국립합창단이 (예비)관객의 관심을 끌려면 단순히 레퍼토리나 장르 간 융합을 통한 무대, 연주회만 생각해선 안 된다”며 “‘국립합창단’ 자체가 브랜드가 되고 국립합창단의 다양한 행보가 신선한 화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인류의 오랜 감성과 미적 가치를 포함한 합창이 대중에게 외면받고 일부 소수만 누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대중화의 문제는 국립합창단의 레퍼토리를 대중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꾼다거나 대중음악이 성공했던 시스템과 형식,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클래시컬(고전) 합창 음악의 가치에 대한 깊은 숙고와 전통에 대한 이해, 자유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도전이 (대중적 장르 등) 장르 간 융합과 관객의 관습을 자연스레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의중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오늘 포럼에서 나온 소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국립합창단이 모든 세대·계층과 소통하는 국민 모두의 합창단으로 거듭나겠다”며 “협업과 네트워크 구축 등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 합창계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단체로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73년 국립극장 전속단체로 시작한 국립합창단은 1999년 재단법인화한 뒤 2000년 예술의전당으로 옮겼고, 2001년 공익법인으로 지정됐다. 헨델, 바흐, 하이든, 멘델스존, 브람스, 칼 오르프 등 세계적 작곡가들의 합창작품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매년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 지방 연주, 해외 연주, 외부 출연, 공공행사 등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며 한국 창작 합창곡 개발과 보급, 해석법 정립 등에 앞장서 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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