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 맞서 반도체 굴기 속도내는 중국…“화웨이 5G, 규제 강화 부를 것”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50조원이 넘는 펀드를 추가 조성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최대 정보통신업체 화웨이가 자체 기술로 5G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선보인 것이 미국의 제재 강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3000억위안(약 54조6000억원) 규모의 국가 지원 투자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2014년과 2019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라는 이름으로 각각 1387억위안(약 25조2500억원)과 2000억위안(약 36조4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한 바 있는데, 이를 뛰어넘는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 펀드에는 일단 중국 재무부가 600억위안(약 10조9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기금은 주로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에 투자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2014년 첫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면서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으나 그동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관련 산업 육성과 투자가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반도체 칩 수출도 제한하는 포괄적인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놨다. 이어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가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까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 필요성은 더 커졌다.
중국이 독자적인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낼 수록 미국은 더욱 강한 제재로 맞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전방위적 제재를 받아온 화웨이가 최근 자체 개발한 5G 스마트폰 출시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화웨이가 지난 3일 정식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첨단 기술보다는 다소 뒤져있는 것이지만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자체 생산했다는 것으로 반도체 자립의 중요한 돌파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 출시가 미 상무부 산업보안국의 조사를 촉발하고 미국 내에서 대중 제재의 효과에 대한 보다 많은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 연방 하원이 중국을 겨냥해 준비하고 있는 경쟁 법안에 더 엄격한 기술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미·중 기술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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