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두 개였으면’ 황선홍 감독의 힘겨운 두 집 살림

황민국 기자 2023. 9. 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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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선홍 감독(55)은 창원에서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가 19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내년 파리 올림픽 본선을 향한 첫 출항까지 겹쳤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6일부터 12일까지 창원에서 올림픽 1차예선을 치르는 가운데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4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했다. 두 대회에서 모두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황 감독은 두 대표팀을 합쳐 50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관리하느라 쉴 틈이 없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하루 하루가 전쟁”이라면서 “부족한 시간을 쪼개 아시안게임팀과 올림픽팀을 동시에 관리하느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두 대표팀이 동시에 가동되기 시작한 지난 4일부터 잘 드러났다.

두 대표팀이 훈련을 소화하는 훈련장을 오가는 것은 기본이다. 5일 파리 올림픽 1차예선 공식 기자회견이 새로운 스케줄로 등장했고, 6일(카타르)과 9일(키르기스스탄), 12일(미얀마)에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실전도 병행해야 한다.

황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2일까지는 정말 죽었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갈 때”라고 웃었다.

황 감독이 별도의 코칭스태프가 추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버티는 비결은 한 차례 시뮬레이션으로 시행착오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카타르 전지훈련을 준비하면서 아시안게임을 나서는 24세 이하 선수들과 22세 이하의 올림픽팀을 동시에 부른 바 있다.

황 감독은 “당시에도 아시안게임팀은 중동팀을 상대로 연습경기를 치렀고, 올림픽팀은 아시아 10개국이 참가하는 도하컵에 참가했다. 한정된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기에 지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의무팀은 보강해줬다”고 덧붙였다.

몸이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는 황 감독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여전히 힘들다. 아시안게임팀은 부상으로 합류가 늦춰진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9월 A매치에 소집된 일부 선수들이 빠지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간격으로 쉼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아시안게임 일정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더군다나 황 감독은 항저우 기후 적응에 필요한 시간조차 중국의 조기 입국 거부로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아시안게임팀은 13일 항저우로 넘어가는 대신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추가 훈련을 소화한 뒤 16일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황 감독은 “항저우가 날씨도 날씨지만 습도가 높아서 걱정”이라며 “주변에 조언을 구하면서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팀 역시 정상빈(21·미네소타)과 권혁규(22·셀틱) 등 해외파 선수들이 1차전 직전 입국하다보니 2~3차전까지 나머지 선수들과 완벽한 호흡을 이룰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황 감독은 모든 고민은 자신이 떠안는 대신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급한 마음은 감독만 갖고 있으면 된다. 선수들은 여유를 갖고 경기를 준비했으면 한다.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 핑계는 될 수 없다.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창원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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