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 사” “이참에 해외로”…황금연휴에도 비상 걸린 ‘내수’
치솟은 물가, 가계 빚 부담에 팍팍해진 지갑 사정도 변수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최장 6일간 지속되는 오는 추석 황금연휴에 당국은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치솟아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황금연휴 내수 진작 효과가 민간소비 지표를 끌어올려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만큼 내수가 늘어날 지는 미지수다. 물가가 워낙 높아진 탓에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없는 데다, 길어진 황금연휴에 국내 대신 장기 해외 체류를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나서다. 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특별대책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시공휴일로 내수 진작"…경제효과 최대 5조원?
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해 내수가 진작되도록 해야 한다"며 임시공휴일 지정 방침을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국은 최장 6일간의 황금연휴로 국내 소비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계기로 많은 국민께서 국내 여행을 즐겨주시면 내수경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시공휴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는 최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체공휴일 하루 지정으로 2조4000억원 규모의 소비 지출액이 늘어나, 총 4조8000억원의 생산을 유발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업일수 감소로 수출에는 차질이 예상되지만, 내수가 늘면서 1조9000억원의 부가가치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여행업을 중심으로 소비 증진이 관측되고 있다. 추석 연휴 주요 관광지 유명 숙박시설은 이미 예약이 꽉 찼다. 한화·조선·롯데 등 숙박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평균 예약률은 80~99%에 달한다. 항공권의 경우에도 김포~제주 등 인기 노선의 경우 매진된 항공편이 속출하고 있다.
장기 연휴에 해외여행객 증가…국내 시장 '예의주시'
변수는 치솟은 물가와 가계 빚 부담이다. 전날 발표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 인상률을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에 농산물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특히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와 배 등 가격이 크게 올라 차례상 비용도 덩달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평균 추석 차례상 비용은 31만8045원이었다.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소득은 쪼그라들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9% 줄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고금리 속 이자 비용도 42.4% 늘어나 쓸 수 있는 생활비(월평균 처분가능소득) 자체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2.8%). 서민들이 지갑을 열기 팍팍해진 상황이란 의미다.
활기를 되찾고 있는 여행업계의 경우, 국내보다 해외여행에 수요가 집중된다면 내수 진작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 논의 이후 장거리 해외여행 예약 문의가 빗발쳤다. 한 여행사는 추석 기간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년 대비 30% 이상 치솟았다고 한다. 당국은 연휴 기간 유커(중국인 여행객) 등이 국내 소비를 메우길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경기도 침체된 상황이라 과거만큼 매출이 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당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670억원을 투입해 추석민생안정대책을 적극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추석 성수품 평균 가격을 지난해보다 5% 더 싼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편, 주요 농축수산물 성수품을 최대 60% 싸게 살 수 있도록 할인 판매를 지원한다. 이밖에 국내 여행 수요 증진을 위해 30만 장의 숙박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고속철도 요금 할인 △온누리 상품권 구매한도 상향 및 환급 추진 등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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