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 경기장에 ‘비지트 르완다’…인권 탄압 덮는 ‘스포츠워싱’ 비판

정원식 기자 2023. 9. 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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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르완다 스폰서십 체결에
국제인권단체 및 뮌헨 팬들 비판 목소리
“르완다 인권 상황, 스포츠로 덮지 말라”
구단 측 “문제 없다...국제화 전략의 일부”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독일 명문 축구 구단인 바이에른 뮌헨이 아프리카 르완다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르완다의 인권 상황을 스포츠로 덮는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달 28일 르완다 정부와 5년간의 ‘축구 발전 및 관광 증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르완다에 축구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독일 내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경기가 열릴 때 구장 LED 전광판에 ‘비지트 르완다(Visit Rewanda)’ 로고를 노출하기로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외에 르완다 관광 및 투자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도 할 예정이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바이에른 뮌헨은 르완다 정부로부터 연간 500만유로(약 71억원)를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르완다 정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비지트 르완다(Visit Rewand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 세계 유명 축구팀과 스폰서십을 맺어왔다. 르완다 정부는 바이에른 뮌헨에 앞서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 및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의 파리 생제르맹과도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독일 시민사회와 바이에른 뮌헨 팬들 사이에서는 독일 최고 명문 축구팀인 바이에른 뮌헨이 르완다의 폴 카가메 정권 하에서 저질러지는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파괴를 가리는 스포츠워싱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독일 휴먼라이츠워치의 벤젤 미할슈키는 르완다 정부가 저널리스트를 포함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상대로 납치와 고문을 자행하는 등 인권상황이 나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스폰서십 계약은) 아주 아주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에른 뮌헨은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카타르 항공과 맺은 스폰서십 계약 때도 스포츠워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경기장 건설공사에 동원된 이주노동자 수천명이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사망해 ‘이주노동자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에 바이에른 뮌헨 팬들은 2020년 카타르의 이주노동자들을 초청해 카타르 인권상황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2021년 11월에는 피로 물든 옷을 세탁기로 씻는 그림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구단 측은 지난 6월 팬들의 압력에 굴복해 카타르 항공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팬들은 카타르 항공과의 스폰서십 계약이 종료된 지 두 달 만에 구단이 또 다른 인권침해 우려 국가와 유사한 계약을 맺은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팬인 크리스티안 난델슈테트는 dw에 “우리는 (르완다 정부와의 스폰서십 계약을) 거부한다”면서 “구단이 돈잔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사는 축구팬 샤를 응두샤반디는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는 전 세계 수백만명이 시청한다”면서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르완다가 아프리카에서만이 아니라 유럽과 남미에서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구단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에른 뮌헨 최고경영자(CEO) 얀크리스티안 드레젠은 “우리는 아프리카를 기회의 대륙으로 본다”면서 “아프리카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 것은 우리 구단의 국제화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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