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대 산불 재앙 겪은 그리스, 이번엔 하루 750mm 홍수
기후 장관 “가장 극단적 날씨, 집에 머물라”
최근 몇 달간 가뭄과 산불 등 극한의 이상기후를 겪은 그리스에 또 다시 재앙이 찾아왔다. 5일(현지 시각)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그리스와 터키 등 남동부 유럽에서 발생한 폭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폭우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소방 당국은 이날 폭우로 인해 약해진 건물의 외벽이 무너져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4일 시작된 폭우는 그리스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피해를 키웠다. 그리스 기상청에 따르면 그리스의 평균 연간 강우량은 약 400mm이지만 그리스 중부 필리온 지역에는 5일 자정부터 오후 8시 사이에 754mm 이상의 비가 내렸다. 아테네 국립 천문대 연구 책임자인 콘스탄티노스 라고바르도스는 “우리는 그 예측을 거의 믿을 수 없었다”며 “이것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숫자, 비현실적이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폭우 피해가 집중된 테살리아주(州)와 인근 섬 스키아토스에서 도시 거리가 침수돼 도로가 파손되고 차량이 물에 잠기는 모습이 올라오고 있다. 폭우로 인해 테살리아 볼로스에 있는 요양원 일부가 파손되며 94명의 입소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실리스 키킬리아스 기후위기 및 시민보호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국내 기록이 보관된 이래 24시간 이내에 강수량 측면에서 가장 극단적인 날씨”라며 사람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ETH 취리히의 연구 기상학자인 조나단 윌 은 X(구 트위터)에서 “이것은 2021년 7월 서유럽의 홍수를 능가하는 유럽 최대의 홍수 재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국가 터키와 불가리아에서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 예르리카야 터키 내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불가리아 국경 근처 키르클라렐리 지방의 캠프장에서 2명이 사망했고, 4명이 실종상태라”라며 “실종자(4명)에 대한 수색 및 구조 활동은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불가리아 니콜라이 덴코프 총리는 5일 폭풍으로 인해 남부 흑해 연안에 홍수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WP는 이번 홍수의 원인이 유럽 지역의 열돔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극한의 폭염이 이어진 이번 여름, 유럽 대륙에는 고압의 대기층 아래 갇혀 열기를 뚜껑처럼 가두는 열돔 현상이 심화됐고, 이에 따라 형성된 저기압이 지중해에서 습기를 끌어와 홍수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WP는 폭염으로 수온 또한 평년보다 높아 폭풍은 더 강해지고 육지에 폭우가 내리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유럽 대륙에서 한 차례 꺾였던 폭염이 지난 주말부터 다시 심해지며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WP는 5일(현지 시각) 강수량을 예측하는 일부 모델에서 2017년 텍사스 하비와 2018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렌스에서 발생한 미국의 허리케인 홍수 재해를 연상시키는 30인치 이상의 비가 그리스 중부 지역에 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대학의 수문학자인 크리스토퍼 카스트로는 “이 예측이 맞다면 그리스에서는 정말 재앙적인 홍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홍수는 그리스가 유럽 연합의 역사상 최대 규모 산불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앞서 그리스는 지난달 19일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 2주 이상 지속돼 20명이 사망하고 뉴욕시 면적보다 넓은 면적이 불탔다.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29일 “그리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EU에서 기록된 산불 중 최대 규모”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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