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비행기 추락 생환기…‘이 작가’의 편지 3억에 팔렸다

백지연 매경닷컴 기자(gobaek@mk.co.kr) 2023. 9. 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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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케냐에 머물던 헤밍웨이. [사진 제공 = 미국 국립기록원]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편지 한 통이 경매에서 23만7055달러(약 3억원)에 팔렸다.

5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네이트 샌더스 경매에서 낙찰된 이 편지에는 헤밍웨이가 1954년 아프리카에서 두 차례 연속 겪은 비행기 추락 내용이 담겼다.

당시 55세이던 헤밍웨이는 네 번째 배우자 메리 웰시 헤밍웨이와 함께 콩고, 케냐, 르완다 등 동아프리카에서 사파리를 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를 태운 경비행기는 그해 1월 23일 전선에 걸려 악어가 우글거리는 나일강변 정글에 떨어졌다. 당시 언론 매체에서는 헤밍웨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헤밍웨이 부부는 정글에서 밤을 보낸 뒤 이튿날 관광객들을 태운 선박에 구조됐다.

두 번째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이 비행기마저 이륙 과정에서 불이 붙어 땅에 떨어진 뒤 폭발했다. 부부는 중상을 입었으나 목숨을 건졌다.

경매에서 낙찰된 서한은 극적인 생환 경위와 직후 헤밍웨이의 일상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 사냥여행 즐긴 헤밍웨이. [사진 제공 = 존 F. 케네디 도서관·박물관]
그는 그해 4월 1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한 호텔 편지지 4쪽에 근황을 적어 자신의 변호사 알프레드 라이스에게 전했다. 헤밍웨이는 서한에서 “문제는 몸 안에 있다”며 “오른쪽 신장이 파열됐고 간과 지라도 다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뼈까지 3도 화상을 입은 오른팔 때문에 경련이 나서 편지를 많이 쓸 수 없다”며 “손가락도 화상을 입고 왼쪽 손도 3도 화상을 입은 터라 타자가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헤밍웨이는 사자 사냥 때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는 얘기도 서한에 담았다. 미국 총기회사가 주문한 산탄총과 탄환이 아닌 엉뚱한 물품을 보내온 탓에, 낡아서 부속품이 분리되는 총을 빌려 스카치테이프로 감아 썼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회사의 부주의한 배송 때문에 내 생명과 생계가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진행한 경매에서 서한의 시작가는 1만9250달러였으나 12차례 호가 속에 10배가 넘는 액수에서 낙찰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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