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 탓이냐"…시진핑, 공산당 원로 간언에 격노

최재혁 기자 2023. 9. 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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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격는 중국 정세에 대한 공산단 원로의 간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했다. 사진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의 모습. /사진=로이터
중국 정세와 관련한 공산당 원로들의 간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베이다허 회의의 분위기가 밝혀지고 있다"며 "올해 분위기는 지난 몇 년간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보도했다. 이어 "상징적인 점은 원로그룹의 '엄격한 간언'에 분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다허 회의는 중국 허베이성 베이다구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의 연례 모임이다. 복수의 외신은 이번 회의에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주요 거물이 불참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거물의 불참은 시 주석에게 좋은 상황이지만 회의는 쉽지 않았다"며 "오히려 더 복잡한 사건이 여름에 일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화한 이래 전례 없는 경제 후퇴 국면에 처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대표적 성장 동인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으며 경기는 디플레이션 조짐으로 침체 위기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매체는 공산당 원로들이 "이대로 정치·경제 그리고 사회의 혼란이 길어지면서 아무런 책도 잡히지 않는다면 일반 민중의 마음이 당을 떠날 것이고 우리의 통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시 주석에게 간언하기로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원로가 의견을 모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간언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중국공산당대회 모습. 왼쪽부터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 장더장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쑹핑 전 정치국 상무위원, 쩡칭훙 전 부주석. /사진=로이터
이에 총의를 가진 대표자 몇 명이 이번 모임에서 시 주석을 향한 직언을 날렸다. 공산당 통치를 뒷받침하는 각 주요 부문의 목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매체는 그들이 "더 이상 교란해선 안 된다"며 "시 주석에게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지적한 문제는 경제 침체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내용이었다. 간언의 선두는 장쩌민의 최측근이었던 쩡칭훙이었다. 그는 국가부주석 출신으로 시 주석에겐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는 데 큰 도움을 줬던 은인이다. 매체는 예상 밖의 냉철하고 강한 꾸짖음에 시 주석의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불편했던 속내를 다른 곳에서 표출했다. 그는 모임 후 측근들을 모아 "덩 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가 남긴 문제가 모두 내게 덮어씌워졌다"면서 "나는 10년도 넘게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해왔지만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이어 "문제가 내 탓이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매체는 시 주석의 발언이 과거 세대 원로들에 대한 강한 반발로 보이지만 행간을 자세히 살피면 현 관리들을 질책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시 주석의 분노를 지켜본 측근들이 벌벌 떨었다"면서 특히 책임을 느낀 인물은 공산당 내 서열 2위인 리창 총리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 경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지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실무 담당자는 리창 총리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불참도 이번 사건과 관련 있다고 내다봤다. 현시점에서 중국과 사이가 나쁜 인도가 주최하는 G20 정상회의에 출석했다가 자칫 체면만 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요 의제가 세계 경제 향방을 둘러싼 논의인 만큼 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로 중국이 거론될 수 있다.

시 주석의 이상행동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BRICS(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중국 대표로 회의에 참석했지만 비즈니스 포럼 막판에 자신의 연설을 취소하고 대독을 요청했다. 매체는 포럼에서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해 예측 불가능한 질문이 튀어나올 상황을 대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베이다허 회의의 분위기로 알 수 있듯 중국 내정은 이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동 국가와의 관계 개선, 반도체 산업 투자 확장 등 내·외로 다양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미국의 제재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 이탈리아마저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서 탈퇴한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중국 경제의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

최재혁 기자 choijaehye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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