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없다' vs. '사람이 없다'… 이공계 전문 인력 딜레마 [기초과학, 경제성장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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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문인력이 연간 1600명이 부족하지만 한해 배출 인력은 약 650명이며 이중 석박사급 고급인력은 약 150명에 불과하다.'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한 전문인력은 얼마나 될까.
기초과학을 포함한 이공계 전문인력이 매년 6000~7000여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는 핵심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인력수급 전망 조사를 살펴보면 인공지능(AI) 분야의 R&D 고급인력도 2027년까지 1만28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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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발전 못따라가는 정책
설상가상 R&D 카르텔 규정
이공계 진학 기피현상 심각
인구 감소로 핵심인력 부족 중>
기초과학을 포함한 이공계 전문인력이 매년 6000~7000여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서는 핵심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6일 "정부에서 과학기술계를 '연구개발(R&D) 카르텔'이라고 규정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악화돼 2000년대부터 시작된 고교 성적 우수학생들의 이공계열 기피현상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야별 인력 부익부빈익빈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 지원을 기피하면서 고급인력의 감소 문제가 있어 왔지만 통계자료에 나온 수치는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박사급 인재는 계속 배출되면서 전체 일자리는 부족해졌다. 역설적이게도 과학기술과 경제가 발전하면서 특정 분야의 인재는 부족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는 7578명으로 2017년 6177명보다 1400여명 많다. 국내 총 박사학위 누적 인원은 1970년 2600여명에서 지난해 32만명을 돌파했으며, 이공계 전문인력은 이중 40% 초반 정도로 약 13만여명에 달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올 상반기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를 보면, 이공계 박사 배출 대비 박사급 과학기술인력 일자리 증가 규모가 1990년대 약 2.6배에 달했으나, 2000년대 후반에는 약 0.7배로 하락했고, 현재는 약 5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내까지 반도체 분야 인재가 부족해지면서 인력 쟁탈전이 심각하다. 미국은 30만명, 중국은 20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인력유인책과 양성정책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10년간 12만7000명이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선 7만여명이 부족하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인력수급 전망 조사를 살펴보면 인공지능(AI) 분야의 R&D 고급인력도 2027년까지 1만28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함께 클라우드 1만8800명, 빅데이터 1만9600명, 나노 84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근시안적 정책이 부른 현상
직업의 안정성과 고소득을 희망하는 이공계 박사급 인재들은 원하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졌다. 지금까지 인력수요 편중 현상이 나타났지만, 빠르면 2030년, 늦어도 2040년에는 전분야에 걸쳐 인재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의 인력양성 중장기 계획이 미흡한 것에서 시작됐다. 박사급 인재가 R&D 현장이나 산업현장에 투입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대학 진학부터 대학원을 거쳐 박사학위 취득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양자기술이다. 과기정통부 예산항목 중 '양자'라는 단어가 나온 시점은 2019년부터다. 이때도 양자 R&D 사업 전체 예산이 106억원에 불과했다. 양자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은 2022년에서야 발표됐다.
현재 국내 양자분야 인력은 2022년 기준 총 490여명이며, 박사급 이상의 고급 인력은 290명 수준이다. 과기정통부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면 2030년에는 2500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절반도 되지 못하는 1000여명 정도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코앞에 닥친 현실 대응에만 급급한 나머지 미래를 위한 정책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교육부와 과기정통부, 산업부, 고용부 등이 제대로 된 논의없이 각자 따로 정책을 가져가는 악습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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