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항공권’인 줄, 결제할 땐 2만 원 “속았다”.. 항공사 ‘꼼수 마케팅’도 과태료 내면 그만?

‘총액표시제’ 위반, 항공사 12곳 적발
순수운임만 표시.. 가격 표시 안 하기도
‘눈 가리고 아웅’식 기만 마케팅 ‘횡행’
일부 과태료 처분 그쳐 “실효성 비판”

# 여름 성수기를 앞둔 지난 7월, 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A사 홈페이지 첫 화면 배너엔 대구~제주 노선 항공권 편도 운임이 7,900원이라는 안내가 올라왔습니다. 8월 30일 출발편으로, 웬만한 고급 커피값인데, 정작 결제 단계에 갔더니 2만 원 수준으로 훌쩍 올라버렸습니다. 순수운임이 7,900원일 뿐 여기에 유류할증료 7,700원과 공항 이용료 4,000원이 추가되자 순식간에 1만 9,600원으로 뛰었습니다. 항공 운임 총액 표시제를 준수하지 않은 A사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또다른 외국 항공사 B사는 인천~마카오 편도노선 총액 운임이 15만 4,900원인데도 홈페이지에 ‘선착순 10만 원’ 등 순수 운임만 게시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아예 운임의 편도·왕복 여부를 표기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올린 항공사도 다수로 나타났습니다.

오늘(6일) 국토부는 지난 7월 19~28일 국내외 71개 항공사 홈페이지를 불시 점검한 결과, 항공권 가격 정보를 총액 대신 순수 운임만 표기하거나 편도·왕복 여부를 표기하지 않은 12곳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위반 항공사에는 각각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합니다. 국적 항공사의 경우 소셜미디어(SNS) 광고 내용도 점검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국적사 10곳과 하계기간 취항을 하면서 한국어 누리집을 운영 중인 외국 회사 61곳으로, 지난 7월 19일부터 7월 28일까지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국적사의 경우 사회관계망(SNS) 광고도 포함됐습니다.

항공 운임 총액 표시제는 항공권을 비교·선택할 때 노출되는 가격 정보를 소비자가 내야 할 총액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2014년 7월부터 시행 중입니다. 가격 정보에는 순수 운임만 아니라 유류할증료나 공항 시설 이용료 등 실제 소비자가 내야 할 총액과 편도·왕복 여부를 표시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로 나타났습니다.

적발된 12곳은 항공권 가격정보를 총액이 아니라 순수 운임만 표기했거나 편도 또는 왕복 여부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적사는 티웨이·에어로케이·이스타항공, 외국 항공사는 길상항공·뱀부항공·비엣젯·에어마카오·타이거에어 타이완항공·에어로몽골리아·미얀마 국제항공·스쿠트항공·하문항공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위반 사례를 보면 한 항공사는 대구~제주 노선의 실제 총액 요금이 1만 9,600원지만 누리집 첫 화면에는 편도 운임 7,900원으로 표기했습니다.

또 다른 항공사는 15만 4,900원인 인천~마카오 노선의 총액 운임을 누리집에 ‘선착순 10만 원(순수 운임)’으로 게재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아예 운임의 편도·왕복 여부를 표기하지 않은 채 누리소통망에 광고를 진행한 항공사까지 확인됐습니다.

국토부는 항공사업법 제84조에 따라 각 업체에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업계 등 일각에선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운임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못하도록 구매 행위를 제약하고 기만한 행위인인데도, 일정 수준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또다른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 관광학계 관계자는 “펜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늘면서, 수요 유치를 위해 항공사들간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파격적인 가격들이 나올 상황이 생겨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특가항공권이 많을 수록 좋겠지만, 이를 악용한 마케팅이 횡행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항공업계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정책 차원의 고민이 뒤따라야 할 부분”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