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괘씸해” 공천 손사래치던 與, 분위기 확 바뀐 이유
“이기면 대박” “해볼 만하다”…패배 시 지도부 책임론 불가피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이 고심 끝에 다음달 11일 열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공천 대상으로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김 전 구청장 공천을 두고 부정적 입장이 우세했지만 최근 일주일 내 당내 기류가 빠르게 변한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해석과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 결정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오는 7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 확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 안팎에선 김 전 구청장 공천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선이 아닌 김 전 구청장을 전략공천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먼저 검경 구도로 김태우 출마 판 깔아줘"
불과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김 전 구청장은 물론 어느 후보도 내선 안 된다는 게 당내 중론이었다. '보궐선거에 원인을 제공한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간주되는 만큼 패배할 시 지도부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강서가 야권에 유리한 지역이란 것도 부담을 키웠다. 2020년 총선과 지난 대선에서 강서구는 모두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김 전 구청장 역시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불과 2.61%포인트 차이로 민주당의 3연승을 저지하고 겨우 당선됐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에선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김 전 구청장 공천 여부와 관련한 질의에 거듭 손사래를 쳐왔다. 심지어 당 일각에선 김 전 구청장이 지도부와 상의 없이 사면 직후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지역에서 출정식까지 갖자 '괘씸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무공천으로 기울던 기류는 이달 초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바뀌었다. 공직선거법 위반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함으로써 김 전 구청장에게 출마의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일각의 목소리가 당 중심으로 퍼져갔다.
당내 '승부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커진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이러한 목소리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8~29일 18세 이상 강서구민 1004명에게 조사한 가상 대결에서 김 구청장은 29.9%를 얻어 진교훈 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30.1%)와 박빙 구도를 형성했다.(95% 신뢰 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지난 4일 민주당이 진교훈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국민의힘도 사실상 공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먼저 검찰 수사관 출신 김 전 구청장의 출마에 대비해 경찰청 차장을 지낸 진교훈 후보를 내세워 '검-경 구도'를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김 전 구청장이 호불호를 떠나 대중적 인지도에서 앞선다는 것 또한 국민의힘 내 여론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진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내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낙선한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당이 경선 없이 일방적으로 전략공천을 발표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경우 보궐선거 과정에서 진 후보에게로 세가 단단히 모이지 않고 분산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내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5일 취재진에 "민주당이 알아서 검경 프레임을 만들어 사실상 김 전 구청장 출마에 판을 깔아준 것"이라면서 "구청장 선거에선 민주당이 의도한 대로 검경 프레임이 제대로 작동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지역 내 조직력과 인지도가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당내 '해볼 만하다' '불리한 싸움인데 이기면 대박'이란 인식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실익보다 리스크 크다는 우려 여전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을 후보로 내는 게 명분상 맞느냐는 우려와 반발도 여전하다.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며 만든 당규를 거스르면서까지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수도권 분위기가 크게 위축되는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 전 구청장 공천 '무리수'를 강행한 데 대한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구청장 공천으로 방향을 선회시킨 앞선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번 보궐선거에 국민의힘이 후보 공천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8%는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공천해야 한다'는 34.8% '잘 모르겠다'는 19.5%로 나타났다. 김 전 구청장 공천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여러모로 김 전 구청장 공천으로 얻을 실익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여전히 큰 만큼, 이를 둘러싼 당내 잡음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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