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5000개 자개 영롱… 고려 나전칠기 日서 귀환

가로 33㎝·세로18.5㎝ 공예품
꽃무늬 하나하나 음각으로 새겨
전세계 20점도 안되는 희귀유물

일본에서 환수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가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되고 있다. 정교하게 새긴 꽃무늬가 화려하고 아름답다. 백동현 기자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가 일본에서 환수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20점도 전해 오지 않는 희귀한 유물로, 이번에 환수된 것은 보존 상태가 좋고 작품성이 뛰어나 특히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근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가로 33.0㎝, 세로 18.5㎝, 높이 19.4㎝의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총 4만5000개의 자개를 사용,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와 모란넝쿨무늬 등을 표현해내며 화려함을 뽐냈다. 특히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이고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영롱하게 빛나는 자개의 색감과 세밀한 문양 표현이 아주 탁월해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된다”며 “8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우수하고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의 한 개인 소장가가 100년 이상 창고에 보관해 온 것으로, 3년 전 이를 사들인 고미술 관계자가 지난해 7월 재단 측에 직접 연락하면서 그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그전까지 학계 등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유통조사부의 강혜승 부장은 “이전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물이라 소장자를 설득해 매입 전인 지난 4월 한국으로 들여와 과학적 조사를 통한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하는 우리나라 전통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7월에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현지조사와 정밀 분석, 매입 협상에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예품으로 손꼽힌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극히 정교하고(極精巧)’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細密可貴)’며 고려 나전칠기에 찬사를 보냈고, ‘고려사’(高麗史)에는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나전칠기를 선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고려 나전칠기는 20점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일본과 미국 등에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3점이 소장돼 있다. 여기에 이번에 1점이 추가되면서 총 4점을 소장하게 됐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