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정책이 탈중국 정책[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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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수출투자대책 안건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안을 올렸다.
지난 연말 즈음부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은 국내 수출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도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은 부재 상태고, 중국의 내수 회복만을 쳐다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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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수출투자대책 안건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방안을 올렸다. 올해 안으로 중국 방한객 200만 명을 유치해 경제성장률(GDP) 0.16%포인트 상승에 기여한다는 목표 아래 이런 정책을 내놨다. 대(對)중국 수출 부진 만회를 위해 중국인들의 국내 관광 지출이라도 확대하기 위한 궁여지책인데, 지금 목전의 문제 해결책으론 지나치게 지엽말단적이다.
국내 경제 회복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짝사랑’은 좀 지나칠 정도다. 지난 연말 즈음부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은 국내 수출이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형편없었다. 지금도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은 부재 상태고, 중국의 내수 회복만을 쳐다보는 형국이다. 사실 우리 경제가 중국이란 늪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한중 양국의 교역 규모는 수교 당시(1992년)의 64억 달러에서 2022년 3104억 달러로 증가했다. 30년 만에 50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최대 수출대상국인데, 전체 교역총액, 수출, 수입에서 각각 21.9%, 22.8%, 21.1%를 차지(2022년 기준)하며 한국 경제의 상수가 됐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교역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그 같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코트라 경제통상리포트에 따르면 리오프닝 이후 우리나라 주요 소비재인 화장품·가공식품의 대중 수출은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K-소비재’의 중국 수입이 중국 전체 수입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는 게 코트라의 분석이다. 여기에 우리 수출 품목 경쟁력 저하도 문제다. 지난 5월 국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사실상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중국 내수 위축뿐만이 아닌, 우리 수출품의 경쟁력 저하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제질서의 변화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과거와 같은 밀착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의 대중 무역 규제는 강화하고 있고, 한미일 자유 진영과 중국·러시아 그리고 북한 등 독재국가 간의 협력도 공고화하는 추세다. 더욱이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시장의 불확실성, 규모조차 알 수 없는 부실을 안은 불투명한 시장에 우리가 더 이상 매달려선 안 된다.
중국을 배척하고,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달라진 환경에 정책도 보다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언제 다시 발길이 끊길지 모르는 유커를 붙들어 수출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얄팍한 대책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맞춰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해법을 내놔야 할 때다. 중국 대체 시장 발굴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리쇼어링을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노동 규제 완화·세제 지원 등을 다음번 수출투자대책회의 안건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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