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유로→ 500만 유로… 반값 처분된 황인범의 올림피아코스 탈출, 대신 셀 온 붙었다
(베스트 일레븐)
황인범의 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적은 극한 갈등을 빚던 선수 측과 올림피아코스 측이 막판에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리면서 끝이 났다. 상대의 발목을 잡는 싸움보다는 훗날 이득이 되는 방안을 찾았다. 그 방법은 바로 '셀 온'이다.
츠르베나 즈베즈다가 5일 새벽(한국 시간)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중원 핵심 황인범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계약 기간은 4년이며, 현지 언론에 의하면 이적료는 500만 유로(한화 약 72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은 당초 올림피아코스와 극한 대립을 빚었다. 2022-2023시즌 올림피아코스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황인범이지만,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소속팀과 큰 갈등을 빚었다. 황인범 측은 애당초 1+2년 계약이라 한 시즌을 끝마쳤으니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올림피아코스는 3년 계약이라고 주장하며 황인범의 이적 요구에 대해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인범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이적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빅 리그, 특히 이탈리아 클럽들의 관심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리그에서 실력을 증명한 만큼 무리 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올림피아코스가 아직 계약 기간이 2년이 더 남아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의 UEFA 유로파리그 예선 3라운드 KRC 헹크(벨기에)전 명단에서 빠진 후 선수단을 이탈해 한국으로 향했다.
올림피아코스는 1,000만 유로(한화 약 143억 원) 아래로는 황인범을 줄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었다. FA라 생각했던 황인범 처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처사였다고 볼 수 있겠는데, 올림피아코스도 자신들이 선수 하나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여겨 극한 대립을 빚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00만 유로로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하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여기에는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 올림피아코스 구단주의 결단이 있었다는 게 그리스 매체의 분석이다.
그리스 매체 <스포츠 독>에 의하면, 잉글랜드 클럽 노팅엄 포레스트도 소유하고 있는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올림피아코스와 지난 4일까지 합의점 없이 황인범 측과 대립을 벌이는 와중에 최대한 유리한 방안을 찾으려 했다.
양 측은 법정 다툼까지도 각오해야 할 상황까지 몰렸는데,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를 끌어들여 500만 유로로 보내는 대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셀 온 조항을 붙여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법정 싸움으로 가면 양자 모두가 지는 제로섬 게임이 되는 걸 원치 않았고, 각자가 원하는 결과와 원치 않은 결과를 모두 하나씩 가지게 되는 방식으로 정리하려 했다. 황인범은 원하는대로 올림피아코스를 떠나게 되었지만 본래 생각하지 않았을 행선지로 향했고,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을 내주면서 당장 1,000만 유로는 얻지 못하지만 차후 그에 비견되는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으려 한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 독>은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각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황인범의 이번 이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두 팀과 러시아 클럽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정체성과 팀 컬러 때문에 구단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럽에서 유명하다.
어쨌든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를 떠나 새로운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금전적 측면에서 그리스 리그보다 나을 게 없는 또 다른 스몰 리그인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게 되었지만, 츠르베나 즈베즈다는 유럽 클럽 대항전에 나서는 빅 클럽인 터라 다시금 잘한다면 빅 리그 클럽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제 어두웠던 마음은 털어내고 다가오는 경기에 집중해야 할 황인범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림피아코스·츠르베나 즈베즈다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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