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혹은 공포? 모니카가 댄서들에 대한 외모 편견에 던진 일침('스우파2')
[엔터미디어=정덕현] "저 같은 경우에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말 다양한 연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윤지와 왁씨는, 춤을 딱 봤을 때 무서운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거나 전쟁 영화를 본 것처럼 진한 감정이 묻어나요. 그래서 안 잊혀져요. 기억에 많이 남아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 펼쳐진 메인댄서 오디션 미들 계급 대결에서 메인댄서 자리는 마네퀸 왁씨와 윤지에게 돌아갔다. 대결은 치열했다. 일본 크루 츠바킬의 유메리와 모모가 끝까지 선전했지만 결국 왁씨와 윤지에게 돌아가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모니카는 왁씨와 윤지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한 심사의 변을 내놨다.
모니카의 말대로 왁씨와 윤지의 무대는 무서운 영화나 전쟁 영화를 본 것 같은 에너지가 넘쳤다. 윤지는 대결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이 니체를 좋아한다며, "이길 것이라면 압도적으로 이겨라"라는 말처럼 반드시 확실하게 이길 것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무대는 이를 증명했다. 표정까지 무대를 씹어 먹겠다는 듯 소름 돋는 동작들을 두 사람이 척척 맞는 안무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의 무대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전제한 후, 모니카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과연 우리 왁씨와 윤지의 춤을 보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과연 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와 여자들이 참 섹시하다' 여기까지만 갈 수 있을까? 아니면 더 넘어가서 '너무 무서워서 못 봐주겠어'라고 얘기할까?, '이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는 이번에 대중들이 이런 강함도 맛봤으면 좋겠고 춤에 또 하나의 다른 관점이나 이념이나 느낌들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용기 있게 윤지, 왁씨 우리 마네퀸을 드렸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여자들의 춤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우리들이 예쁘다거나 섹시하다거나 하는 기대만을 하는 그 지점은 꼬집고는, 그 이상의 다른 다양한 요소들도 있다는 걸 꺼내놓은 거였다. 그 모니카의 평에 윤지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모니카의 피드백에 윤지는 왜 그토록 큰 타격감을 느꼈을까. 그건 개성 있는 왁씨와 윤지의 춤에 대한 모니카의 상찬이었지 않은가.
윤지는 평상시 자신에 대한 춤이 아닌 몸평, 얼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봤다고 했다. "유튜브 댓글 보면 몸이 어떻다, 얼굴이 어떻다 그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 저는 그런 것에 안 흔들리거든요 사실. 그동안 내가 이런 (반응들을) 너무 무시하고 살았나? 한 번도 안 흔들렸는데 오늘 의문이 생긴 거야." 모니카의 평은 왁씨와 윤지의 춤이 예쁘다거나 섹시하다는 것 정도로 보는 여자들의 춤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른 느낌이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윤지는 그 말에 대한 감사함과 가치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프로 춤꾼으로서 때론 예쁘게 춰야 하거나 섹시하게 춰야할 때도 있다는 걸 오히려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것이다.
모니카의 이런 평은 그래서 윤지 같은 외모 편견을 당하는 댄서들이 그것만이 아닌 또 다른 지평의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응원하고, 또 그런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편협하다는 걸 알려주면서도, 프로 춤꾼으로서의 윤지에게는 아예 무시했던 예쁜 표현이나 섹시한 표현에 대한 것들도 한번 다시 생각하게 만든 면이 있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타인의 껍질을 깨고 성장시킨다는 건 바로 이럴 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모니카는 이미 이번 <스우파2> '계급미션'의 레전드로 꼽히는 커스틴과 바다의 대결에서 바다가 이겨 메인댄서가 됐을 때도 이런 댄서들에 대한 외모 편견을 바로잡는 한 마디를 던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키 큰 댄서 잘 되는 경우 많이 못 봤어요. 여자 댄서로서는! 160cm 대의 댄서들을 좋아하고 그 이상의 키 큰 댄서는 사이드로 뺀다거나 메인에 설 수가 없었는데 전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바다에 이어 윤지까지 울컥하게 만든 모니카의 일침이 주는 울림은 이토록 긴 여운의 잔향으로 남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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