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사실만 중요한 건 아냐...강력한 건 마음과 감정”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NASA에서 시각전략가로 20년간 활동
‘더 스튜디오’ 이끌며 이해 쉽게 시각화
새 방식으로 대중에게 경외감 전하고파
거대한 은색 철제 구조물 내부에 ‘위잉’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는 내부에 설치된 수많은 스피커를 따라 이동한다. 작품의 이름은 ‘궤도(orbit)’. 지구 주위를 궤도에 따라 회전하는 인공위성의 위치를 소리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유한 19개 위성의 실시간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
궤도 프로젝트를 이끈 건 NASA 제트 추진 연구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댄 굿즈(Dan goods)다. ‘숫자’만 가득할 것 같은 NASA에서 ‘마음과 감정’을 이야기 하는 ‘예술가’다. 연구소 내 ‘더 스튜디오(The studio)’라는 팀을 이끌며 나사의 연구 성과나 활동 등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해서 설명한다. 조직 내 공학자와 과학자 간 커뮤니케이션도 담당한다. 이를테면 대중이 경험하지 못한 ‘우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다.
그의 특이한 활동 분야만큼 예술로 접어든 계기도 남다르다. 그는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미술 수업을 한 차례도 들어본 적 없다.
댄이 푹 빠졌던 것은 ‘판타지 풋볼’이라는 게임이었다. 팀 로고와 유니폼 제작에 열정을 다했다.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직접 만들어냈다. 그가 청소년기를 바쳤던 일이었다. 진로 선택을 할 당시에도 상상하고 만드는 일을 그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술 전공을 택했다. 그렇게 댄은 ‘아트센터디자인대학(Art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해 20년 동안 나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달 19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서 ‘내부의 우주에서 외부의 우주로(From Inner Space to Outer Space)’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댄 굿즈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본인을 ‘이야기꾼’으로 소개했다.
댄은 “NASA는 매우 복잡한 과제들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중 우리팀은 복잡한 개념을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역할”이라고 본인의 업무를 설명했다.
그는 다른 작품인 ‘하이 주노(HI JUNO)’에서도 복잡한 존재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설계했다. 대중이 보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이야기였다.
2013년 목성 탐사선 ‘주노호’는 발사 후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으려 지구 궤도로 잠시 돌아왔다. 이때 전 세계의 아마추어 무선통신가들이 주노호에 모스부호로 인삿말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댄은 일반적으로 보기는커녕 존재를 느낄 수도 없는 우주비행선의 존재를 일반 대중도 느낄 수 있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댄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숫자와 마음’을 융합해 시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과 공학의 객관성에 예술을 통해 감정과 마음을 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숫자만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주로 사실과 수치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이를 넘어 마음과 감정까지 모두 전달할 수 있다면 그 조합은 보다 강력할 것”이라며 “마음은 강력한 힘이다. 나는 항상 두 가지(숫자와 마음)를 모두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의 방향성은 지금껏 진행한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대중이 경험해보지 못한 태양계 행성들을 여행사 광고 포스터처럼 표현하고, 수많은 타일을 천장에 걸어 전 세계 곳곳의 날씨를 실시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댄 굿즈는 지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100만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것을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하고 있다”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댄은 “전 세계 관객이 참여하고 함께 모여 어떤 방식으로든 특별한 일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항상 고민해왔다.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데 사용하는데, 구분 없이 ‘우리’가 마음이 연결될 때 훨씬 더 강력하고 인간적으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연결해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댄 굿즈는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답했다. 그는 “대중이 상상하지 못 했던 방식으로, 대중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 과정을 통해 경외심과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선사하고 싶다”고 예술가로서의 지향점을 밝혔다. 이영기 기자
20k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낸시랭 "사기결혼으로 빚 10억 떠안아…이자 낸 것도 기적"
- “후쿠시마 바다 매력 몸소 보여주겠다” 풍덩…‘엄지척’ 이 남성 정체는
- '범죄도시 초롱이' 고규필, 9년 열애 가수 에이민과 11월 12일 결혼
- “고작 500원 아끼자고 이렇게까지” 20대 여성 ‘짠내 생활’ 이 정도야?
- "홍범도 훌륭한 독립군"…일타강사 전한길, '정치노선' 해명
- 수억원 롤스로이스 들이받은 40대女…"괜찮다" 다독인 차주 정체는?
- “‘대장균’ 득실 부대찌개, ‘농약’ 나온 중국산 양파” 이 제품들, 먹지마세요
- "그것만은 비밀로 해줄게"…이다영이 감춘 김연경의 비밀은?
- 애니콜 상징이였던 이효리마저 “아이폰 샷!”…삼성의 ‘한숨’
- 화사, 외설 논란 심경 고백…“악플 수위 심각, 올해 가장 많이 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