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방송노조·MBC 3노조 “대선 공작 선봉, 날조 인터뷰 철저 규명을”
지난 대선을 앞두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의혹’의 대상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으로 돌리고자 뉴스타파와 허위 인터뷰를 했다는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 직후 경향신문과 전라일보, 한겨레신문 등이 해당 내용을 받아썼고 다음날 KBS, MBC, YTN 등 방송사가 집중보도했다. 해당 방송사 내부에서 이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MBC와 YTN 노조 등은 “대선 직전까지 진행된 일련의 사건을 분석하면 광범위한 대선 공작”이라며 철저한 규명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YTN방송노동조합은 5일 성명에서 “대표적 ‘언론노조 직영방송’ YTN도 KBS, MBC에 뒤질세라 ‘대선 공작’의 선봉에 섰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YTN방송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 YTN노조와는 다른 조합이다.
방송노조는 특히 “YTN은 라디오를 통해 속칭 ‘선빵’까지 날렸다”며 뉴스타파의 단독보도 이전인 지난해 2월 22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내용을 미리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안 의원은 “대장동 사건은 2011년 커피로부터 시작된 커피 게이트”라며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주며 사건을 무마한 덕분에 김만배 일당이 1800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고, 돈이 있어서 사업을 진행했으니 그 시발점은 윤석열 검사가 타준 커피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방송노조는 “2021년 9월 책값 1억6500만원이 오갔고, 그래서인지 이듬해 3월 6일까지 고이고이 숨겨뒀던 김만배와 신학림의 인터뷰를 왜 민주당 핵심들은 그렇게 세세히 알고 있었고, 왜 YTN은 안민석 의원에게 판까지 깔아주며 ‘윤석열 커피 게이트’를 외치게 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이처럼 질서정연하면 이것은 계획이고, 인터뷰 내용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수사 결과를 감안하면 조작이며, 2021년 9월부터 이듬해 대선 직전까지 진행된 일련의 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이것은 광범위한 대선 공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YTN 측은 “사실 확인 결과 관련 내용은 지난해 2월 21일 JTBC가 단독 보도한 것이었다”며 “해당 보도가 논란이 되자 다음날 YTN라디오에서 다룬 것이고, 안민석 의원의 ‘커피게이트’ 주장에 이어 김재원 당시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통해 윤석열 후보 측의 입장과 반박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MBC제3노조는 4일 “김만배의 인터뷰가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에 공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MBC 뉴스데스크가 4개의 리포트를 쏟아붓는 등 공중파와 YTN, 좌파 신문까지 네이버를 통해 기사들을 쏟아냈고 포털에 핫 이슈로 떠올라 대선판을 흔들게 된다”며 “그 뒤에 1억6500만원의 뒷돈 의혹이 있는 만큼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KBS노동조합과 KBS방송인연합회가 공동 결성한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KBS새공투위)’는 “선거를 앞두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한 확인을 거친 사안만을 보도해야 한다”며 “진실성이 담보되지 못한 대화록을 두고 의혹일 제기한 뒤 여야 공방으로 덮어버린 천박한 보도”라고 했다. 이어 “다른 모든 언론이 그렇게 한다 해도 KBS는 이러면 안 된다”며 “이미 1000건 넘는 불공정 방송 사례를 지적했지만 보도본부는 애써 외면했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2021년 9월 15일 김만배씨와 인터뷰했다. 신씨는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 흐른 지난해 3월 4일 뉴스타파에 ‘김만배 녹취록’을 전했고, 뉴스타파는 이틀 뒤 오후 9시 40분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씨에게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뉴스타파 기사를 공유하며 “널리 알려 주십시오.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경향신문과 전라일보,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등이 윤석열 당시 후보 측 반론 없이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 측에서는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측은 당시 입장문을 내고 “윤 후보는 김만배와 아무런 친분이 없다”며 “김만배의 말 대부분이 거짓”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 주요 뉴스에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그대로 전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특히 MBC는 ‘김만배 녹취록’ 관련 4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김만배 “윤석열이 그냥 봐줬지…사건이 없어졌어”> <”부산저축 부실 수사로 대장동 종잣돈”…박영수와 尹은 어떤 인연?> <”이재명은 난 놈이야. 욕 많이 했지”…공익환수 비난한 김만배> <”尹 몸통 확인” vs “선거 공작”…김만배 녹취록 난타전> 등의 기사였다. 김씨의 허위 녹취록과 박영수 전 특검·윤석열 후보와의 인연, 김씨가 이재명 후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비판했다는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윤석열 캠프의 반박은 네 번째 기사, 그마저도 민주당 측의 비판과 함께 소개됐다.
‘KBS뉴스9′는 김만배 녹취록의 내용을 2분30초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뒷부분에는 국민의힘의 반박과 함께 민주당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또 주진우‧최경영씨 등이 진행한 시사보도 프로그램들도 녹취록 내용을 비판없이 전달했다. 주씨는 “대장동 관련 김만배 녹취록이 나왔다”며 “김씨의 목소리가 직접 나왔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씨는 윤석열 후보가 언론노조를 비판한 후 뉴스타파 보도가 나왔다며 “속 보이는 언행”이라고 했다.
YTN 역시 김만배 녹취록 내용을 그대로 전하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을 동일한 분량으로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조작 인터뷰를 4개 아이템을 할애해 보도한 방송사 등 집중적으로 가짜 뉴스를 실어 나른 언론 매체들이 있었다”며 “대장동 주범 김만배와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출신 언론인 신학림이 합작한 거짓 인터뷰는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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