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EU·獨 경쟁당국과 '플랫폼 사전규율' 공감대…“사후규율과 보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개최된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서울에서 개최한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유럽연합(EU), 독일, 영국, 호주 등 선진 경쟁당국과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율'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디지털 기술이 가지는 엄청난 파급력과 영향력에 대응해 경쟁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사후규율과 상호 보완하고 일관된 법 집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병희 공정위 상임위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력 남용행위에 대한 규제건과 배달의민족-요기요의 기업결합 건 등 디지털 시장 특징을 반영한 국내 경쟁법 집행 사례를 공유하고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 등 제도개선 현황을 소개했다.

고 위원은 “디지털 시장에서 경쟁법 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혁신, 융합, 플랫폼, 데이터 등 디지털 경제 네가지 특징이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 잘 모니터링해야한다”면서 “공정위는 EU·독일·호주 등에서의 사전규율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참고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혁신친화적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개최된 '제12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주요 참석자이 기념 촬영했다.

특히, 이날 각국 경쟁당국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도입중인 EU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DMA), 독일 제10차 개정 경쟁제한방지법, 영국 디지털시장·경쟁·소비자 법안 등 사전규율 법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올리비에 게르성 EU 경쟁총국장은 지난 5월 시행된 EU DSA를 소개했다. EU DMA는 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소수의 거대 핵심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게이트키퍼)하고, 이들 빅테크 기업의 자사 우대나 특정 앱 사용 강제 행위 등을 사전에 규제한다. 위반 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다.

게르성 국장은 “최근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장이 발전하면서 플랫폼에 대한 경제력 집중·정보 비대칭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기존 경쟁법 규율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EU는 수범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구체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했다”면서 “DMA가 플랫폼에 대한 행위의무나 금지의무의 내용을 매우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플랫폼이 경쟁에 미치는 폐해보다 효율성이 크다는 내용의 항변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콘라드 오스트 독일 연방카르텔청 부청장은 “독일에서도 기존 경쟁법 규율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경쟁법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 경쟁법을 개정했다”면서 “다면시장에서 지배력을 보유한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한편, 이러한 사업자에 대해 자사우대행위 금지 등 맞춤형 금지규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나 캐스고틀립 호주 경쟁소비자위원장도 호주 또한 이와 유사한 방식의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각국 경쟁당국과 함께 주요 경쟁법 집행원칙과 구체적 방법론 정립 등 핵심 현안에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겠다”면서 “디지털 시대 국제 표준 정립 시 한국의 관점과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