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탐방-렉스필드CC] 27색 홀마다 동양화 펼친 ‘황제’의 필드
[편집자주] “언젠가는 ‘싱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는 직업의식이 만났다.” ‘임윤희의 골프픽’ 코너를 시작하며 편집자주에 썼던 내용이다. 계획 중 하나는 달성했다. 싱글 도전에 성공했고 티칭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골프 입문 6년 만이다. 싱글 도전기는 막을 내렸지만 “주말골퍼의 애독코너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는 계속된다. 티칭프로의 시각을 담아 한층 예리(?)해진 골프장 탐방기가 이어진다.
그린 관리 ★★★★☆
페어웨이 관리 ★★★★☆
난이도 ★★★☆☆
레이아웃 개성 ★★★★★
한줄평. 샷에 대한 변별력이 확실한 골프장, 홀마다 개성 넘치는 특색으로 지루할 틈 없는 18홀을 만난다.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에 자리 잡은 렉스필드CC는 2003년 9월 개장한 43만 평의 회원제 골프클럽이다. ‘렉스(REX)’는 라틴어로 황제 또는 제왕을 의미한다. 회원 한 명 한 명을 제왕으로 모시겠다는 취지로 골프장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아름답고 독특한 풍경과 잘 관리된 페어웨이로 많은 골퍼에게 라운드하고 싶은 구장으로 꼽힌다.
렉스필드CC는 인성골프설계연구소의 성치환 대표가 설계했다. 또 세이퍼로 탐 펙(잭 니클라우스 수석 디자이너)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대표는 파인스톤CC, 다산베아체CC 등 국내외 60여 개의 골프코스를 설계했다. 그의 골프장 설계 철학은 ‘만든다(make)’는 대신 자연을 그대로 ‘다듬는다’는 표현으로 대표된다. 렉스필드CC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의 생김 그대로 최대한 지형을 살린 레이아웃으로 탄생했다.
탐 펙 역시 도전적이면서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도록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덕분에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매 홀 색다른 전략이 필요한 독특한 명품 코스로 만들어졌다.
시원시원한 홀 디자인에 잘 꾸며놓은 조경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특히 27홀 모두 정남향으로 배치되어 볕이 잘 들고 플레이하기에도 아늑하다.
산속에 자리한 골프장으로 오르막내리막 홀이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다. 페어웨이는 좁은 블라인드 홀이 많고 티박스가 블라인드로 된 홀이 종종 있어 티샷의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 또 관리가 잘된 중, 대 사이즈의 벙커는 잘 빠지는 곳에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모래는 굵고 부드러운 편이다.
클럽하우스 앞에서는 이탈리아 조각의 거장인 줄리아노 반지(Giuliano Vangi, 1931~)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라운드 전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일반그린은 평소에 2.8 이상으로 관리한다고 하나 지난달 11일 태풍이 지나간 직후 찾은 탓에 그린스피드는 2.6이었다.
가장 큰 특징은 3개 코스를 완전 차별화해 비슷하게 생긴 홀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27가지 공략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폭포와 계곡, 백조와 사슴이 노닐며 바위와 낙락장송이 어울린 도원경이 코스에 펼쳐진다. 꽃잎형 벙커와 검은 모래로 둘러싸인 Black홀, Sky홀, Rock홀 등 이색적 볼거리로 골퍼들을 사로잡는다.
레이크 코스 폭포와 호수, 기암 괴석과 낙락장송, 넓은 꽃밭 사이로 백조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뷰티 코스다. 첫 홀 티잉그라운드의 개방감이 독특하다. 렉스필드 8경 중 5경에 해당하는 이 티잉그라운드는 마운틴 코스 티샷 지점이 한눈에 보인다.
레이크와 마운틴 티잉그라운드를 사이에 두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두 홀의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가 연상된다. 다만 프라이빗한 공간에서의 티샷 느낌을 상상한다면 첫 홀부터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선에 긴장하게 된다.
코스명과 같이 첫 번째 홀부터 위치한 호수를 중심으로 전반 몇 개 홀이 흘러간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홀이 많다. 특히 검은 모레로 둘러싸인 홀이나 분화구 모양의 솟은 벙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운틴 코스 천연계곡과 암석, 벙커와 개울 등 다양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정복의 뿌듯함을 한층 높여주는 내추럴 코스다. 홀마다 고저차가 심해 오르막과 내리막을 극복해나가야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중간중간 위치한 바위와 크랙들이 난이도를 높여준다. 특히 지대가 높아 주변 산세를 한눈에 감상하며 라운드가 가능하다.
밸리 코스 계곡을 넘나들어야 하고, 언듈레이션이 많아 적극적인 공략을 해야만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 있는 어드벤처 코스다. 3개의 코스 중 가장 짧은 편이다. 대체로 그린 우측에 장애물이 많아 오른편을 공략하는 것이 쉬운 홀이 많다.
주제가 ‘공포’인 렉스필드 8경 중 가장 유명한 파3홀이다. 높은 암벽과 동굴이 그린 뒤에 버티고 있고 그린 앞쪽은 해저드, 그린 주변으로는 검은 모래벙커가 위압감을 줘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홀이다. 화이트 기준 160야드 거리로 샷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그린 주변을 온통 친환경 검은 돌가루(모래) 벙커로 리뉴얼했다. 과거 검은 모래에 석면이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자 모래를 다 걷어낸 바 있다.
지난 2016년 3년여간에 걸쳐 국내 유수 연구소들과 협업을 진행해 ‘無석면 인증’을 받은 검은 모래를 찾아 2016년 블랙홀을 복원했다.
핀보다는 약간 왼쪽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오른쪽은 거리가 더 길어지고 샷이 열리면 해저드가 있어 리스크가 커진다. 안전하게 왼쪽을 공략하는 것이 온 그린하기 좋다.
검은 모래 벙커에 빠졌다면 벙커샷도 가능하다. 좌우 2단 그린으로 뒤 핀일 경우 좌측 핀보다는 우측 핀일 때 거리를 약 5야드 정도 길게 보는 것이 유리하다. 그린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그린으로 고저차가 있어 강하게 퍼팅하면 스리펏까지 가능해 최대한 방어적인 퍼팅을 해야 좋은 스코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8번 홀로 가기 위해서는 자연암 동굴을 지나야 하는데, 이 동굴은 나제통문과 닮아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제1경인 레이크 7번 파3홀은 암벽을 병풍 삼아 검은 모래가 그린을 품고 있는 독특한 느낌으로 렉스필드의 시그니처홀로 불리며 골퍼들의 뇌리에 박힌다.
원래는 그린 앞, 100야드 지점부터 계란판 모양의 땅으로 꺼진 깊은 벙커를 파서 달 표면처럼 만들 계획이었으나 묘미는 있지만 너무 난이도가 높아 보류되었다고 한다.
라운드를 하면서 렉스필드 8경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임윤희 기자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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