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학생들이 매일 지하철역으로 등교하는 이유
러시아의 공습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하철역에 교실이 개설됐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이번 학기부터 학교가 아닌 지하철로 통학하게 됐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하르키우 지하철역에서 지난 1일 개학식이 열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58일째 되는 날이었다.
운동장 딸린 학교가 아닌 지하철역에서 개학식이 열린 이유는, 혹시 모를 러시아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엔아동기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1300개 학교가 완전히 파괴됐다. 이에 따라 많은 학생이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겪었다. 대부분 학교에 공습을 대비한 대피소가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교육 당국은 지하철역에 교실을 갖추는 방법을 택했다.
교실 수는 총 60개로, 1000명 이상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물론 1000명이라는 숫자는 하르키우의 전체 학생 수(약 11만2000명)의 1%도 되지 않지만, 그간 대면 수업을 원하던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바람을 충족시켜 줄 수 있게 됐다는 게 시 당국의 설명이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지하철역 복도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 책상과 칠판, 교구들이 갖춰져 있다. 실제 학교에 비해 협소하기는 하지만 나름의 구색을 갖춘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화장실과 공기청정기도 갖췄다. 혹시 모를 학생들의 부상에 대비해 보건교사도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모든 것이 실제 학교와 같이 만들어졌다”며 “유니세프와 금융기관들의 지원을 받아 교실을 마련했다”고 했다.
집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앞으로 이곳으로 등교할 예정이다. 학생인 아들을 둔 이리나 로보다는 “아이들이 이곳에서 서로 어울리고,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여전히 공습 불안을 느끼는 일부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 방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부모 테티아나 본다르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하철역으로 데려다주는 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계속 온라인 수업으로 참석할 예정”이라며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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