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은 전주시, 외양간부터 고쳐야 한다

김종수 2023. 9. 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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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때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할 때도 있다. 최소한의 뒷수습이라는 것도 필요하거니와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전주시를 비롯한 전라북도는 전주 KCC이지스 프로농구단(단장 최형길)의 연고지 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년 넘는 시간동안 전주, 호남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KCC가 얼마전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겨갔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전주시의 약속 불이행, 행정업무미숙, 시의원들의 나몰라라 행태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전주 팬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연고 프로팀의 이전으로 충격이 큰 상태에서 전국적인 조롱거리까지 되고있는지라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상당수 전주팬들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되냐”며 비통한 심정을 토해내고 있다.


현재 전주시는 KCC를 떠나보내는 큰 실책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헛방을 날리며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를 잃은 상태에서 외양간 조차 고치지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냥 무작정 떠나간 소만 욕하고 있다. 이미 늦었지만 일단 일은 터졌고 전주시는 무엇이 최선인지를 생각해야 할때다.


우선 외양간부터 고쳐야한다. 그런 상황까지 온 것 자체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 일단 상처받은 전주, 호남팬들의 마음을 달래줄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오랜시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KCC를 응원한 죄밖에 없다.


KCC팬 최성진(48‧익산)씨는 “일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왜 말도 안되는 자존심만 내세우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점에서는 팬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가 먼저가 아닐까싶다. 아직도 체육관 부지는 풀만 무성한 것으로 알고있는데 공사를 시작해서 입지 조건부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전주에 새로운 팀이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각종 이벤트나 국제 행사라도 치르면서 스포츠 고장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후된 전주체육관의 이미지를 벗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양간은 내팽겨쳐진 상태에서 떠나간 소에 대한 막무가내식 비난 또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주시는 모든 사태의 책임을 KCC에 돌리고있는 모양새이며 전북도 중소상인연합회, 전주시 소상공회연합회, 전주시 자원봉사연합회, 여성단체협의회, 전북지체장애인연합회 등 30여개가 넘는 각 단체들이 성명서를 내며 함께 참여하고 있다.


비난을 하지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구단과 시에서만 아는 서로간 문제 및 기타 팬들과 외부인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비난을 하려거든 영리하게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 타팀 팬들도 공감할 만큼 KCC가 정말 잘못한 부분을 잡아서 팩트를 가지고 해야한다.


무작정 배신자, 시민들을 우롱했다는 등 밑도 끝도 없는 추상적인 말로 비난만 반복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각종 단체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전북 호남권 외에서는 “그동안 뭐하고 이제와서 단체 행동을 하는거냐?”는 분위기다. 현재 전주시는 스스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현명한 싸움은 제3자들의 공감을 얻어서 명분에서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다. 아쉽게도 전주시는 이러한 명분 싸움에서부터 일단 지고 들어가고 있다. 체육관을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외부에서 볼 때도 ‘약속을 안지킨 것은 너희들인데?’하면서 전주시를 비난하고 있다.


KCC로서는 매우 편한 상황이다. 구태여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을 하지않아도 전주시가 앞뒤 안가리고 언성만 높이고 있는 가운데 타팀 팬들이 대신 변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고 그로인한 고통은 오롯이 전주 호남팬들이 몫이다. 전주시의 현명하지못한 대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이들도 적지않다.


상처를 받아 힘들어 죽겠는데 위로받기는 커녕 옆에서 누군가 소금을 뿌리고 있으며 그 당사자가 내 지역 행정부다. 비난을 하고싶으면 진짜로 KCC가 잘못한 부분을 잡아서 타지역 팬들이 봐도 ‘아 그건 KCC가 잘못했네’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같은 막무가내식 비난은 KCC 연고지 이전에 힘을 실어주는 것 밖에 되지않는다.


전주시는 전북의 얼굴이고 광주와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현명한 수습과 함께 이미지를 지킬 수 있는 지혜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비록 실수는 했지만 팬들도 다시 한번 그들을 믿어볼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가슴보다는 냉철한 머리가 전주시에 요구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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