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티어 회사인데… 한온시스템 '살 사람' 없는 까닭
공조제품 만드는 한온시스템
기술력 탄탄하고 실적도 개선
하지만 2년째 M&A 지지부진
한온시스템 빛과 그림자 분석
자동차용 공조제품 시장의 선두업체 한온시스템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호실적을 올렸는데도 한온시스템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2021년부터 진행한 매각 절차가 여전히 지지부진해서다. 톱티어 부품사가 M&A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폭염이 찾아온 여름엔 차 안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을 쐰다. 엄동설한 겨울에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엉뜨(좌석 열선시트)'부터 가동한다. 자동차가 때때로 더위와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피난처로 기능하는 건 차내에 냉난방이 가능한 공조시스템(HVAC)을 구축해 놨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한온시스템은 이런 공조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다. 국내 자동차용 공조제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46.0%ㆍ2022년 기준)를 달리고 있을 만큼 기술력이 탄탄하다. 2021년 6월 이 회사가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나왔을 때 기대를 모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참고: 한온시스템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다. 2015년 2조7500억원을 투입해 한온시스템의 경영권을 인수한 한앤코는 지난해 말 기준 5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한온시스템은 몸값이 8조원에 육박할 만큼 '대어'로 꼽혔다. 현재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한온시스템의 2분기 매출은 2조4291억원, 영업이익은 1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2022년 2분기 2조10 67억원), 138.8%(2022년 2분기 601억원) 증가했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었다"면서 "올해는 물류비가 안정화하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회복하는 추세여서 이런 부분들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M&A에 나선 지 2년째인 지금도 한온시스템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업계 톱티어 부품사란 점을 떠올리면 뜻밖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시장에선 한온시스템의 감점 요인으로 불확실한 성장가능성을 꼽는다. 이 회사는 공조제품, 그중에서도 열관리시스템의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관리시스템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표준인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열관리시스템에 강점이 있는 한온시스템이 미래차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열관리기술의 무게추가 배터리 쪽으로 기울면서 한온시스템 제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온시스템 매력도 '글쎄'
임은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배터리에 불이 나기 시작하면 차가 전소될 때까지 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배터리 열관리기술이 전기차의 핵심"이라면서 "배터리 열관리는 셀(cellㆍ배터리의 가장 기본 단위) 제조사가 담당하다가 이제는 완성차업체가 직접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 한온시스템의 열관리시스템 중요도가 전기차 시장 초기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기업이 열관리기술을 직접 개발하면서 한온시스템의 역할과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거다. 시장 한편에선 "완성차기업들의 열관리기술 내재화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르다"는 이야기도 오간다. 한온시스템의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반전의 카드가 없는 건 아니다. 한온시스템 열관리기술의 중심엔 '히트펌프'라는 게 있다. 히트펌프는 인버터ㆍ구동모터 등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다시 에너지로 쓰는 방식이어서 기존 히터보다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겨울철 전기차 난방 시 주행거리는 늘리고, 에너지 소모는 줄일 수 있다.
관건은 완성차기업들이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를 기본사양으로 채택하느냐다. 임연구위원은 "현재 현대차ㆍ기아, 테슬라 정도만 히트펌프를 기본사양으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폭스바겐, 포드, GM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자사 전기차에) 히트펌프를 기본 탑재한다면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도 제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는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물량을 주도하고 있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시점이 한온시스템의 가치가 부각되는 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현대차ㆍ기아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기업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한 상태"라면서 "전반적으로 (고객사별) 비중을 크게 바꾸기보단 신규 차종의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온시스템은 성장성을 향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새 주인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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