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공산주의자” 교황 모욕한 1위 대선후보 맞서 아르헨서 ‘교황 지지 미사’
아르헨티나 가톨릭 사제들이 자국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속적으로 모욕해온 지지율 1위 극우 대선후보에 맞서 교황을 지지하는 미사를 개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대선 예비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오랫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난해온 것과 관련해 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젊은 사제들이 교황을 옹호하는 미사를 열었다. 이날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전까지 26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한 빈민가에서 열렸다.
아르헨티나의 대선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밀레이 후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외 계층을 돕는 ‘사회정의’ 교리는 내세운다는 이유로 “망할 공산주의자”라거나 “지구상의 대표적 악마”라는 등 막말을 쏟아왔다. 그는 교황을 향해 “더러운 공산주의자”라거나 “똥 덩어리”라고 지칭하면서 “전 세계에 공산주의를 전파한다”는 등 반복적으로 악의적 글을 남겼다.
이에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를 50일 앞둔 상황에서 가톨릭 사제들이 밀레이 후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빈민가의 대부’로 알려진 디파올라 신부는 “정치인은 교황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교황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정중하게 말할 수 있지만, (대선처럼) 중요한 자리에 출마하는 사람이 이렇게 욕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교황 지지 미사를 집전하고 나선 이유를 밝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로렌소 ‘토토’ 데 베디아 신부는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멍청한 사람처럼 모욕하고 더 심한 말을 해왔다”며 밀레이 후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모욕이 더욱 악명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사에 나선 사제들은 ‘사회정의’에 반대하는 발언에 경고하고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는 국민들, 그리고 특히 소외된 빈민들을 위해 기도했다.
복지제도와 공공서비스 폐지를 주장하는 밀레이 후보를 예비 대선에서 적극 지지한 계층이 빈민층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한 사제는 미사에서 “여기서 사람들이 밀레이에게 투표했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지만 왜 그에게 투표했는지, 왜 그의 급진적인 제안을 선택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는 대통령 선거전에서 극우 정치인의 선전으로 정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현 정부 고위인사들도 참석했다.
밀레이 후보 측은 이번 미사에 대한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난한 동네를 도우러 갈 때도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등 검소하게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그는 ‘빈민가의 교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830163600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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