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2023 KS 지침서 될, LG-KT의 ‘9.5 수원 혈투’
결과는 5-4. 선두 LG가 2위 KT를 6.5게임차로 밀어내며 한숨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는 만남이었다. 두 팀은 이번 3연전 이후로도 3경기를 더 벌인다. 또 지금까지 흐름으로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성사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매치업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수원 맞대결은 결과가 전부인 경기는 아니었다. 한 경기였을 뿐이지만, 몇 경기는 치러야 누적될 데이터가 생성됐기 때문이다. 3회 이후 비로 인해 104분이나 중단된 뒤 박빙 승부가 이어진 가운데 나타난 갖가지 현상은 두 팀 벤치에는 하나의 지침서가 될 만했다.
■‘다면성 에이스’ 쿠에바스의 LG전
KT는 LG와 시리즈를 가정할 때 ‘선발 매치업’에서의 우위를 기대한다. 그런데 확실한 선발 카드 중 한명인 윌리엄 쿠에바스의 LG전 중용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쿠에바스는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올해 LG전에 두 차례 등판했지만 8이닝 14피안타 10실점으로 부진했다.
다만 쿠에바스는 절정의 컨디션에서 마음먹고 던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나타나는 유형이다. 2021년 한국시리즈 직행을 다투는 삼성과 타이브레이크에서 7이닝 11탈삼진의 괴력을 보였고, 지난달 15일 두산 알칸타라와 잠실 자존심 싸움에서도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1-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집중력을 극대화했을 때의 LG전은 다를 것으로 기대할 만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천 중단 전까지 3이닝 7안타(1홈런) 4실점으로 부진했다. 1회 패스트볼 구속이 143~144㎞(PTS 기준)에 그친 것도 갸우뚱할 만한 대목. 알칸타라와 맞대결에서 147~148㎞를 찍으며 시작한 1회와는 달랐다. KT 벤치가 고민할 시간이다.
■KT전, 최원태의 선발 랭킹은
LG 선발 최원태 역시 좋지 않았다. 3이닝 62구를 던지며 5안타(1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최원태는 올해는 앞서 KT전 등판이 없었다. 자난해에도 1경기 2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여서 ‘상대성’을 부각시키기는 어렵다.
LG 벤치에서 그보다 주목할 것은 최원태의 현재 페이스에 있다. 최원태는 LG 이적 첫 경기인 지난 7월30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그 뒤로 5경기에서는 1승2패 평균자책 8.63으로 부진하다. 이 기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88에 이른다. LG는 최원태를 국내 1선발로 계산하고 영입했다.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비상한 오지환과 비축한 김상수
LG와 KT는 ‘스몰볼’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1점 승부’로 흐름이 갈릴 장면이 많이 나올 매치업이다. 역시 1점 승부였던 5일 대결에서 기록되지 않은 승부사는 LG 유격수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5-4이던 8회말 1사 1·2루에서 KT 이호연의 땅볼 타구가 2루를 통과할 듯 지나는 과정에서 포구와 함께 부드럽게 베이스에 발을 대고 1루 송구로 병살 처리하는 등 고비 때마다 호수비로 상대 흐름을 끊었다.
KT에도 기술과 시야를 갖춘 유격수 김상수가 있다. 그러나 김상수는 발목 부상으로 100% 수비가 어려워 이날은 벤치를 지키며 다음을 기약했다. 세밀한 야구의 두 팀 대결에서는 ‘수비 한 장면’이 더욱더 도드라지게 작용할 수 있다.
■시나리오 밖의 ‘불펜 대전’
두 팀의 불펜 싸움이라면 LG가 우세하다는 게 보편적인 시각. 5일 경기에서는 우천 중단으로 선발투수들이 조기 강판하며 뜻밖의 불펜 대결이 이어졌다. 두 팀 벤치는 투수마다의 상대성을 점검할 기회이기도 했다.
의외로 백중세였다. LG가 1.2이닝을 막은 마무리 고우석 포함 불펜투수 6명을 투입하며 6이닝 4안타(1홈런) 2실점 했고, KT는 셋업맨 박영현을 마지막으로 불펜투수 4명을 투입해 6이닝을 7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LG에서는 유영찬, 박명근이 살짝 흔들린 가운데 김진성이 효과적인 피칭을 했다. ‘불펜 뎁스’에서 열세인 KT는 손동현이 1.2이닝 2안타 1실점했지만, 이상동-주권 등이 1.2이닝씩을 막으면서 박빙 경기 LG전 적응력을 키웠다.
다음 만남에서 불펜싸움이 다시 길어질 상황이 온다면, 두 팀 벤치에서 쥐고 있을 ‘참고 자료’ 하나가 생겼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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