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을 이기는 힘도 미술이 된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9.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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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갤러리 구정아 개인전
부유하는 조각 등 20여점
“베니스에선 향기로 작업 중”
Density [PKM갤러리]
초전도체도 아닌데, 두둥실 떠 있다. 구정아(56)의 신작 ‘Density’는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자석의 속성을 이용한 말 그대로 ‘공중부양’하는 작품이다. 2005~2006년 매일 그린 드로잉에서 출발해 2019년 증강현실(AR)로 발전해 이번에는 부유하는 조각으로 육화(肉化)됐다. 파리, 의왕시 등에 스케이트 파크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한 작가가 스케이트를 타고 점프대를 뛰어오른 것 같은 조각을 만들어낸 것이다.

구정아는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작가다. PKM갤러리에서 9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여는 개인전 ‘공중부양’이 선보이는 작품 20여점은 드로잉, 프린트, 책, 설치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2024년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작가로 선정된 작가의 최신 작업을 세계에 미리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5일 개막을 앞두고 연 간담회에도 프리즈 매거진 등 해외 취재진이 방문했다.

오감 중에 이번 전시는 ‘시각’에 집중한다. 다양한 매체를 만날 수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회화와 드로잉 작업이다. 1층에 걸린 신작 ‘Seven Stars’ 대형 회화는 보는 각도에 따라 순백의 캔버스로만 보이기도 하고 빛이 스며들면 어슴푸레하게 별의 형상이 비취기도 한다. 3년 전 이 연작은 축적한 빛 에너지로 밤에만 형상을 드러내는 회화였다면 이번에는 낮에도 지구와 우주에 관한 이미지를 화사하게 보여준다.

‘Seven Stars’ 설치 전경. [PKM갤러리]
드로잉을 무작위로 설치한 ‘OUSSSEUX’ [PKM갤러리]
별관에는 운송상자가 한가운데 놓여있다. 2007년 작업한 300점에 달하는 드로잉을 갤러리에 무작위로 일부만 전시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머지는 상자에 담겨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낙서 같은 이미지들이다. 작가는 “친절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관객에게 생각할 공간, 거리를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2017년작으로 드로잉을 조금 더 구체적인 형태로 진전시킨 ‘NOMOS Alpha’은 사실과 허구, 충동과 명랑함 등의 복잡미묘한 세계를 담아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현실 너머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하는 그의 작업은 베니스에서 더 확장될 예정이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파빌리온을 ‘한국의 향기 여행’ 공간으로 채운다. 냄새를 통한 후각 작업은 1996년 나프탈렌 향을 작품으로 만든 이래 꾸준히 천착한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국의 향기를 통해 우리나라의 자화상을 연출한다. 향기를 통해 연상되는 20여개 정도의 기억을 편집해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대해달라”라고 말했다.

2017년작 포스터 ‘MYSTERIOUSSS’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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