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성적은 아니긴 한데, 15⅔이닝 무실점이면? LG 4년차 유망주 대기번호 당겨지나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LG의 희망이었던, 그러나 기대보다 더딘 성장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잊힌 이름 이민호가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연일 호투하면서 1군 복귀 가능성을 살렸다. 염경엽 감독도 이민호가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민호는 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고양 히어로즈와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LG 타선은 5회까지 무득점에 그치고 있었는데 6회 4점을 집중하면서 이민호에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LG는 이민호에 이어 이상영을 투입해 투수 두 명으로 경기를 끝냈다.
잊혔던 이름 이민호가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이민호는 지난달 18일 한화전 5⅔이닝 1실점 승리에 이어 26일 삼성전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달성했다. 5일 고양전까지 최근 3경기 17⅔이닝 동안 단 1실점이자, 15⅔이닝 연속 무실점이다. 5일 경기는 탈삼진을 7개나 잡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LG 염경엽 감독은 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브리핑에서 '잔여 경기 로테이션 계획에 변화가 없나'라는 질문을 받고 "없다. 이정용 김윤식 임찬규 최원태 케이시 켈리에 더블헤더 때 손주영이 올라온다. 기본적으로 5명이 로테이션을 돌고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올린다"고 답했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있다. 이민호의 대기번호가 앞으로 당겨질 조짐이 보인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퓨처스리그 호투 덕분이다. 염경엽 감독은 "일단 퓨처스 팀에서는 먼저 손주영을 추천했다. 다음에도 기회가 생기면 이민호가 추천받을 거다. 민호는 구속이 올라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LG 구단에 따르면 이민호는 5일 고양전에서 77구를 던졌는데 직구 슬라이더 외에도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4개 구종을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3㎞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141㎞로 집계됐다.
올해 1군에서는 5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03에 그쳤다. 1군 말소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6월 22일 NC전에서는 1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고전했다. 선발투수를 단 1이닝 만에 내렸다는 것은 벤치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민호는 이 경기를 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민호가 1군에서 내려간 뒤 염경엽 감독은 "몸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시속 10㎞ 이상 구속이 떨어졌다. 몸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닝 파트에 얘기해서 캠프처럼 몸을 다시 만들게 했다.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몸을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몸이 제대로 안 만들어졌다는 건 우리(코칭스태프)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또 "후반기에 복귀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공을 찾아서 와야 한다는 점이다. 승부처는 후반기라고 생각한다. 후반기까지 세팅이 안 되고 오디션이 계속 되면 안 된다. 이민호는 짧아도 5년은 던져줄 수 있는 3, 4선발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민호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염경엽 감독은 이민호의 시즌 첫 등판 뒤 패전이라는 결과에도 크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민호는 4월 5일 키움과 경기에서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비자책 2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염경엽 감독이 주목한 점은 과정이었다. 이민호는 1회부터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2점을 줬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늘려간 점에 박수를 보냈다. 다음 경기가 더 기대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등판을 앞두고 굴곡근 손상이 발견되면서 이민호의 성장을 확인할 기회도 사라졌다. 돌아온 이민호는 점차 구속을 잃어갔다. 첫 경기에서 시속 145.1㎞가 나왔던 직구 평균 구속이 복귀 후에는 140㎞ 초반대로 떨어졌다. 마지막 2경기에서는 141㎞을 넘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등판이 아닌 회복이 먼저였다.
그 사이 LG는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지켜야 하는 위치가 됐다. 이민호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윤식과 이민호의 회복을 기다리기에 앞서 트레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키움에 특급 유망주 이주형과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최원태를 받아왔다. 최원태는 키움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고 있었다.
여기에 8월 들어서는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꾼 이정용이 완전히 다른 투수로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민호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민호는 물론이고 김윤식까지 2020년 입단 동기 2명이 퓨처스리그 로테이션을 도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정규시즌은 장기전이고,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김윤식이 아담 플럿코의 부상 이탈에 먼저 기회를 얻었고, 이민호도 다음 기회를 바라보고 있다. 퓨처스리그 3연속 호투는 1군에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시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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