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사과값 지난해 ‘두 배’…9월 과일 가격 지난해보다 대부분 높아져

이호준 기자 2023. 9.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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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사과 가격이 지난해 두 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 시민이 5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사과를 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직장인 김희원씨는 최근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 앱에서 온 추석 선물세트 판매 안내 문자를 받고 매장에 방문했다가 크게 당황했다. 사전 주문하면 할인폭이 크다고 해서 일찌감치 매장을 찾았는데 할인을 받고도 과일 선물세트 가격이 지난해보다도 훨씬 더 비쌌기 때문이다.

김씨는 “사과나 배가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이 오른줄은 몰랐다”면서 “계산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어 몇 번이나 망설였다”고 말했다.

추석 성수기 사과(홍로) 가격이 지난해 추석 무렵의 두 배를 넘을 것이는 전망이 나왔다.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성수품인 사과와 배 뿐만 아니라 포도,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대로라면 서민들은 추석 차례상에 과일 한 알 올리기도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9월호 과일’ 보고서를 보면 올 추석 성수기(추석전 2주) 홍로 도매 가격은 5㎏에 6만~6만4000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추석 성수기 3만1600원보다 최대 102.5% 오른 가격으로, 기준이 도매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소매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높다.

추석 성수기 사과 가격이 두배나 높아진 것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14%나 줄었기 때문이다. 사과 생산량 회복은 이후에도 더뎌 9월과 10월 이후에도 각각 전년대비 12%, 20% 줄면서 높은 사과값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간 기준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약 21%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배(신고)의 성수기 신고(7.5㎏) 도매가격은 3만8000~4만2000원으로 지난해 추석(3만900원) 보다 26.4%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역시 산지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줄었기 때문인데 올 추석 성수기 배 출하량은 전년대비 8% 감소한, 4만4000t 안팎으로 예상됐다.

농촌경제연구원

다른 과일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포도 역시 품종마다 차이가 있으나 이달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샤인머스캣은 2㎏에 2만∼2만4000원으로 3.6∼24.4% 비싸지고, 거봉은 2㎏에 1만8000∼2만2000원으로 9.8∼34.1%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캠벨얼리 도매가격은 3㎏에 2만∼2만4000원으로 31.6∼57.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복숭아(엘버트)는 4㎏에 2만8000∼3만2000원으로 40.7∼60.8%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과일가격이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생산량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은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사과, 배 중심으로 과일 가격이 평년대비 크게 올라 지난해 5만원 짜리 과일 선물세트를 찾으면 8만원 정도는 예상해야 한다”면서 “구성을 직접 보고 선물을 준비하러 오신 고객들이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명절 성수품인 사과·배 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불안조짐이 커지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봄철 저온·서리피해가 발생한 사과·배의 겨우 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시중에 최대한 물량을 풀어 가격 급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추석 3주 전인 7일부터 정부 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14개 성수품의 공급을 평시 대비 1.6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선물꾸러미 등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전 2주 차에 전체 공급량의 39.3%(5만8000t)를 집중 공급하고, 추석 전 1주 차에 32.3%(4만8000t), 추석 전 3주 차에 28.5%(4만2000t) 순으로 공급량을 배분한다. 특히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사과·배는 계약재배 물량 공급을 전년보다 각각 7.1%·8.3%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생산량 감소가 원채 크고 고물가로 인건비 등 생산비도 급증해 과일 가격 안정화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미지수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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