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조달비용에 '공모 유상증자' 문전성시…불황형 자본 조달

2023. 9. 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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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모 유상증자 규모 7조3334억원 예정
금리 상승·외부 투치 유치 난항에 유상증자로 발길
주관사도 실권주 부담에 공동 주관 선호
이 기사는 09월 05일 15: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 유동성 장세 속 늘어나기 시작한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열기가 4년째 지속되고 있다.

다만 지난 3년간 유상증자 시장과 올해 유상증자 시장의 성격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까진 신사업 확장이 주된 키워드였다면 올해부터 채무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나 메자닌(주식관련사채) 등을 통한 조달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 수요가 높은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눈을 돌리는 이른바 ‘불황형 유상증자’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유상증자 봇물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가 올해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공모 유상증자 규모는 약 7조3334억원이다. 이미 작년(46곳)보다 많은 상장사 48곳이 공모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증권사가 주관업무를 맡아 진행한 일반공모 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증자를 집계한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부터 공모 유상증자 규모는 커졌다. 2010년대 연간 공모 유상증자 규모는 5조원 안팎이었는데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던 2020~2021년 공모 유상증자 규모는 각각 7조1097억원과 15조1504억원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펜데믹이 끝난 작년에도 8조4533억원 등을 기록했다.

매년 조 단위 증자도 쏟아졌다. 2020년 대한항공(1조1270억원)과 두산중공업(1조2125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포스코케미칼(1조2735억원), 대한항공(3조3160억원), 한화시스템(1조1607억원)이, 2022년엔 두산중공업(1조1478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조2008억원)가 자금을 모았다.

올해도 지난 1월 롯데케미칼이 주주배정 후 일반 공모 방식으로 1조2155억원을 모집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1조3014억원), 한화오션(2조원) 등이 조 단위 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산업 재편 또는 자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늘어난 자금 조달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2021년과 비교하면 주식 시장의 호조세는 한풀 꺾였지만 코로나 펜데믹을 맞이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생존을 위해 신사업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신재생에너지나 해외 진출 등의 명분은 주주 및 일반 투자자의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등에 공모 자금을 투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 기업에서 그린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을, 한화오션 역시 해외 생산거점 확보 및 신형 선박 개발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예정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권사들의 유상증자 제안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IPO 시장이 상대적으로 주춤하면서 시장에 남아있는 대기 자금을 유상증자로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상반기 IPO 공모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IPO 공모액은 2011~2020년까지 통상 약 5조원 안팎이었다.

한 증권사 ECM본부 관계자는 “시장에 대기하고 있는 자금에 비해 공모 주식 물량의 공급이 적었던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 지수 등 크게 하락하지 않아 충분히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생존 위한 결정 vs 주주 돈으로 곳간 채우기

다만 2020~2021년 주식 시장이 호조세일 때와 달리 국내 증시가 박스권이 갇힌 상황에서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및 메자닌 발행 등이 여의찮아지자 상대적으로 이자 부담이 없는 유상증자로 발길 돌리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업계에서는 지난 3년간 유상증자 시장과 올해 시장의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작년까진 유동성 장세 속 신사업 확장이 주된 키워드였다면 올해부터 채무 상환을 위한 유상증자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펜데믹 기간인 2020~2021년에 저금리로 회사채나 메자닌 등을 발행했던 기업은 상환 기일이 도래하기 시작해서다.

기존에는 외부 투자를 유치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금리 상승기에 신기술금융투자사나 벤처캐피탈(VC) 등이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이 역시 어려워졌다.

주관사들도 공모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기업의 경우 실권주 부담을 고려해 단독 주관보단 공동 주관을 선호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유상증자 주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실권주에 대한 부담을 느꼈지만, 기업과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복수의 주관사와 함께 주관을 맡기로 해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설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2020~2021년에는 유상증자 단독 주관을 맡기 위해 경쟁했다면 올해는 서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협업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분간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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