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제2도시 버밍엄, 사실상 파산... 필수 서비스 제외 지출 중단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시가 사실상 파산을 선언했다. 동일 임금 청구를 지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정 적자가 커졌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중단하는 ‘섹션 114′를 발표했다. 버밍엄 시의회는 2023~2024년 회계연도 동안 8700만파운드(약 1455억76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일 임금 청구에 6억5000만~7억6000만파운드(약 1조876억~1조2717억원)가 소요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버밍엄 시의회의 예산은 32억파운드(약 5조3549억원)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 / 로이터 연합뉴스

버밍엄시가 적자를 겪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동일 임금 청구 판결이 꼽힌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 2012년 교육 보조원, 청소원, 급식 직원 등 여성 근로자 174명이 “동일한 상여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편에 섰다. 과거에는 쓰레기 수거, 환경 미화처럼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종에만 상여금을 줬지만, 이를 시정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후 버밍엄 시의회는 11억파운드(약 1조8408억원)를 동일 임금으로 지급했다.

샤론 톰슨 시의회 부의장은 “버밍엄 시의회가 동일 임금 문제를 포함해 오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노인 복지 수요의 증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당 정부가 10억파운드(약 1조6734억원)상당의 재정 지원을 줄였다”며 노동당을 비판했다. 영국은 내각제로 각 지역이 의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버밍엄 시의회는 노동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리시 수낙 총리실 대변인은 “정기적으로 버밍엄시와 협력해 왔으며, 그들의 통치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며 “납세자의 돈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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