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침입 외래종 '큰입배스'와의 끝없는 싸움

2023. 9. 6. 09: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철 국립공원공단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이상철 국립공원공단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보은=뉴스1) = 최근 TV에서 물고기 수천마리가 동시에 팝콘처럼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미국 미시시피강에서 생태계 파괴범인 아시아 잉어를 포획하기 위해 수중에 전기 충격을 가하거나 보트 모터 소리로 놀라게 한 후 물 위로 솟구치는 물고기를 뜰채로 낚아채는 행사였다.

아시아 잉어는 50년전 미시시피강 하류 양식장에서 녹조를 제거하기 위해 도입한 후 홍수 범람으로 전역에 확산됐다. 미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수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아시아 잉어 확산 방지에만 수조원대 예산을 들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생물종의 서식지 변화와 외래생물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17세기 이후 전세계 토착 동물의 약 42%가 침입 외래종에 의해 위협을 받거나 멸종됐다. 프랑스 국립과학센터는 최근 40년동안 외래종으로 인한 재정 손실액이 1조 2000억달러로 홍수로 인한 손실액 1조12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 유입된 외래생물은 2600여종에 달한다. 대부분 토착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하지만 큰입배스, 돼지풀 등 생태계교란생물 1속 36종은 환경적‧경제적 피해와 함께 생태계 기능 붕괴를 유발하는 생물들로 침입 외래종으로 분류한다.

속리산국립공원 내 삼가저수지는 하천 최상류에 위치해 맑고 차가운 계곡물이 모이는 곳이다. 살에서 오이 맛이 난다고 과어(瓜漁:오이물고기)라 불렸던 빙어(冰漁)가 한때 넘쳐났다. 국립공원공단 설립 이전인 1970~1980년대에는 '빙어 팔아 세 아들 교육을 시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빙어잡이가 성행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삼가저수지에서 빙어 보기가 어려워졌다. 국립공원에서 생물종 포획행위를 제한했다. 빙어가 넘쳐나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누군가에 의해 손맛 좋은 큰입배스가 방사되면서다.

1973년 먹고살기 힘든 시절 단백질 공급을 위해 국내에 들여온 큰입배스가 상업화 실패로 전국 하천에 유기‧방사됐다. 이후 큰입배스가 급속히 번식되면서 수생태계 상위포식군이 돼 토종어류를 싹쓸이 중이다. 큰입배스 도입 50년만에 한국 하천과 호수 80%가 점령당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큰입배스의 침입은 150년전 호주에서 시작한 '유럽 토끼'와의 전쟁을 상기시킨다. 호주 정부는 침입 외래종 토끼의 번식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대륙을 횡단하는 3253㎞의 철조망을 설치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토끼의 천적인 여우를 들여왔으나 되레 토종생물까지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생화학 바이러스를 살포해 99.8%의 토끼를 제거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0.2%의 면역 개체가 재번식해 초목의 황폐화와 사막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속리산국립공원이 큰입배스 퇴치를 위해 15년간 기울인 노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축구장 119배 크기의 삼가저수지 곳곳에 포획 어구를 설치하고 인공산란장을 조성해 부화 전 알을 제거했다. 외래어종 전문퇴치단과 낚시 자원봉사자를 활용한 배스 수매사업도 펼쳤다.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외래 침입종의 일망타진을 꿈꿨다.

2008년부터 15년동안 연간 1300여마리씩 총 2만마리 정도의 큰입배스를 없앴다. 이 결과, 40㎝ 이상 중대형 배스가 77%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40㎝ 이상 배스 암컷은 자기 몸무게의 10% 정도인 연간 12만개의 알을 낳는다. 이 중 70~80%가 수정되고 80~90%가 부화한다. 한 마리의 암컷 배스가 1년에 치어 7만마리를 생산하는 셈이다. 이는 중대형 배스 한 마리를 포획하면 잠재적으로 7만마리의 번식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삼가저수지에서 중대형 배스를 집중 포획해 개체수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다. 올해 포획 배스 개체의 81%가 1년생인 20~30㎝ 크기였다. 삼가저수지 어류상이 안정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조짐을 보여준다.

수생태계는 특정 물고기가 산란하면 주변 물고기들이 서로 그 알들을 먹어 치우면서 개체수를 조절한다. 생물다양성이 높아져 촘촘한 먹이사슬이 만들어지면 한 종의 편향적 비대를 막고 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

침입 외래종과의 싸움은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동안 다양한 퇴치 방법을 강구하고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국립공원공단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책 발굴을 통해 외래종 침입과 확산 예방의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

jis490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