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던 ‘고려의 빛’ 나전칠기, 800년 만에 고국으로

최수문기자 기자 2023. 9. 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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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5000여 개의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 문양을 정교하게 묘사한13세기 고려의 나전칠기가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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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13세기 작품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日서 환수
4만5000개의 자개 일일이 붙여 꽃과 잎 문양 정교하게 묘사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모습. 사진 제공=문화재청
[서울경제]

4만5000여 개의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 문양을 정교하게 묘사한13세기 고려의 나전칠기가 환수됐다. 문화재청은 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공개했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 년 이상 보관돼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물로, 지난해 최초로 확인됐고 지난 7월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전 세계 20건에도 못 미치고, 그나마 국내는 3건이고 그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문양과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크다는 평가다.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이다.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공예 기술의 집약체’ 라고도 일컬어진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며,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크기는 폭 33.0 ㎝x 18.5 ㎝, 높이 19.4 ㎝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구성 모습. 사진 제공=문화재청

문양을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무늬가 고루 사용되었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으며,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 5000개에 달한다.

또한 ▲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다. ▲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 ㎜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 ㎜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다.

이처럼 자개로 국화 또는 모란무늬를 기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한 점, 단선의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한 점,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의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한 점 등은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향후 우리나라 나전칠기의 전통 기술 복원을 위한 연구와 국민들의 문화유산 향유 확대를 위한 전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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