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0원 시작해서 2억 넘게 후원… 아이들 삶 변할 때 가장 행복”[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할머니·동생 돌보며 살던 아이
학업의지 보여 1년 학원비 지원
스리랑카 아동엔 가게 차려줘
IMF사태로 회사 휘청일때도 후원
가족 동의해줘 유산도 기부약정
나눔이란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
남 도우며 자신도 위하는 ‘보약’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입니다.” 문화일보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연중 기획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을 6일부터 시작한다. 날로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면서 아동복지 향상에 힘을 보탠 후원자,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30년 이상의 장기 후원자나 고액 후원자뿐만이 아니라 아동 입양과 해외 봉사 등 행동으로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 준 다양한 사례를 발굴해 보도할 예정이다. 자신의 것을 내어 아동들의 눈물을 닦아준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에도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삶이 변하는 걸 보면서 후원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행복한 투자임을 깨닫습니다. 후원 아동 중 한 명은 막내딸로 입양했는데, 이젠 다 커서 가정을 이뤄 살아가고 있어 제 삶의 큰 감사로 다가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42년간 수많은 국내외 아이들을 후원하며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해온 김형기(74) 후원자. 김 후원자는 “사회 초년생일 때 아동복지기관에 매달 5000원의 정기 후원을 한 게 시작이었는데, 어느새 인생 대부분을 결연 아동과 함께했다”고 회고했다. 김 후원자는 지난 1997년 경남 양산에서 성성산업기계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아동복지에 힘을 쏟고 있다. 오랜 기간 나눔의 의미를 몸소 실천해 온 김 후원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고액(1억 원 이상)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 클럽’ 회원이자, 유산기부를 약정한 후원자 모임인 ‘그린레거시 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김 후원자의 첫 기부는 지난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 우연히 한국복지재단 소개를 보고 어려운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에 월 5000원 상당의 아동 결연 후원을 신청하게 됐다.
부산의 아동복지시설 성애원에 머물던 아이가 첫 결연 아동이었는데 후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고, 두 번째 아동도 네덜란드로 입양을 가게 됐다. 김 후원자는 “세 번째 아동과 결연을 하게 되면 내가 맡아서 책임지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만난 아이가 바로 민정(가명) 양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 후에도 꾸준히 후원했지만 민정 양이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부모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 후원자는 “이 아이는 아무래도 나와 인연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상의 후 민정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입양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원자는 긴 세월 나눔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후원받는 아이들의 삶이 변화한다는 기쁨’ 그리고 ‘묵묵히 후원 결정을 따르고 지지해준 가족들’ 두 가지를 꼽았다. 아픈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던 슬기(가명) 양의 경우 월 20만 원 수준의 정부 보조금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학업에 의지를 보여 김 후원자가 1년간의 학원비인 300만 원을 후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 후원자는 “이후 슬기에게 간호사라는 꿈이 생겼다는 말에 대견하고 뿌듯했다”며 “취직 후 첫 월급으로 감사 선물을 한 아이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꿈을 찾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국내를 넘어 여러 해외아동에게도 나눔의 의미를 알려줬다. 김 후원자는 과거 스리랑카를 찾아 부모 없이 친척 집에 얹혀살던 찬두니라는 아동을 만나기도 했다. 가게를 차려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번듯한 가게를 차리는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 물었다고 한다. 돌아온 답은 60만 원. 김 후원자는 “봉사활동 때 가지고 간 경비를 다 털어서 추가 후원을 했는데 그 돈으로 한 아이가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기뻤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42년 동안 후원을 쉬지 않았던 김 후원자이지만 주머니 상황이 늘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때는 경영하는 회사의 재정이 휘청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도 아동 후원금만큼은 한 번도 연체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 후원자의 자랑거리다. 그는 “나눔은 행동하는 것”이라며 “일단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한 다음에 무심할 정도로 내가 후원하는 기관에 신뢰를 보내준다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어려운 아동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원자는 아동 후원뿐 아니라 에티오피아, 우간다, 스리랑카 등 생활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시설 지원 사업에도 나섰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후원회 소망지회 소속으로 에티오피아에 봉사를 가 마을에 식수를 공급해줄 수 있는 상수도 사업을 지원한 기억도 생생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후원한 금액만 지금까지 2억여 원. 국내외 아동 후원에 1억3000만 원, 해외 시설 지원 사업에 7500여 만 원을 쏟았다.
김 후원자는 “내가 가진 유산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계획을 세웠다”면서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아이들을 위해 유산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일시적인 후원이든 지역 봉사활동이든 그 어떤 것도 다 좋다”면서 “일단 실천에 옮겨 보면 나눔이라는 것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좋은 보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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