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급제자 35%가 ‘흙수저’… 부모찬스 없던 원조 블라인드 테스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젊은 세대가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 푸념을 내뱉은 지 오래다.
나라를 지옥이라 일컫게 된 여러 사회적 맥락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겪어본 입시와 취업에 대한 불만이 크다.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이 우리 사회 문제의 해답을 고전에서 찾자는 취지로 출간한 '시험의 나라, 조선'(은행나무)은 부모 찬스에 따라 시험 합격 가능성과 한계가 정해지고, 각종 부정행위 등이 연달아 발생하는 한국 사회의 시험 폐단을 고칠 답이 과거 시험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노비 등 천인출신도 급제
실무적 행정능력 함께 평가
한국사회 폐단에 시사점 커
젊은 세대가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 푸념을 내뱉은 지 오래다. 나라를 지옥이라 일컫게 된 여러 사회적 맥락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직접 겪어본 입시와 취업에 대한 불만이 크다. 사교육이나 특혜채용, 아빠·엄마찬스를 장착한 금수저가 아닌 청년들의 능력과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날 ‘시험 공화국’의 민낯이다.
보이지 않는 불공정이 존재하는 시험을 놓고 헬조선이라 한다면, 사실 조선은 여러모로 억울하다. 조선은 국가의 대표적인 인재채용 절차인 과거(科擧) 시험에 있어선 공정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국학진흥원이 우리 사회 문제의 해답을 고전에서 찾자는 취지로 출간한 ‘시험의 나라, 조선’(은행나무)은 부모 찬스에 따라 시험 합격 가능성과 한계가 정해지고, 각종 부정행위 등이 연달아 발생하는 한국 사회의 시험 폐단을 고칠 답이 과거 시험에 있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은 천민을 제외한 모든 계층의 인원이 참여했다. 실제로 조선시대 전체 문과 급제자 1만4615명 중 한미한 가문 출신이 35.7%(5221명)를 차지한다.
사노비 등 천인 출신으로 급제한 경우도 있다. 시험을 치를 땐 이름 대신 명부 하단에 적은 자호(字號)를 활용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치렀고, 왕의 권력이 아무리 강해도 합격자가 뒤바뀌는 일은 없었다. 오직 응시생들에게 필요한 건 치열한 공부를 통해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뿐이었다.
과거 시험은 고리타분한 유교 경전에 대한 지식만 묻고 관리를 뽑았다는 편견도 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과거 시험에선 학문적 지식과 함께 실무 행정 능력을 함께 평가했다. 예컨대 숙종은 1693년 안용복 등이 일본에 납치된 뒤 조선과 일본의 영토분쟁으로 번졌던 ‘울릉도쟁계’(鬱陵島爭界)를 염두에 두고 과거 응시자들에게 변방을 편안하게 할 외교·안보적 관점의 답을 요구했고, 중종 대엔 술의 폐해에 대한 구제책을 묻기도 했다.
책을 쓴 김경용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조선시대를 일관해 추구했던 사회적 선발의 가장 우선적인 기준인 본인의 능력, 덕성과 재능이라는 원칙은 그것의 사회적 실현 정도와 무관하게 현재의 한국 사회에 의미가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대중을 만들어 낸 주범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의 높낮이가 아니라 공정성을 잃은 입시제도”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침대에 묶여 나온 오피스텔 난동男,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이었다
- 톱女배우 “피부색 하얗게 되는 질환 앓고 있어…언제까지 버틸지”
- [단독]김만배 “이재명 언급되면 안돼…유동규 개인 일탈로 몰고가야해”
- 국내 최대 집창촌 ‘파주 용주골’ 강제 철거 ‘임박’…곳곳 반대 현수막
- 타이어로 드론 방어?…러 전략폭격기 타이어로 덮은 모습 위성 포착
- 낸시랭 “사기 결혼으로 빚 10억원…6년 간 이자 낸 것도 기적”
- 이재명 “잘못하면 끌어내려야” 윤 대통령 탄핵 시사 논란
- [단독]TBS ‘살 길’ 찾는다…김어준에 ‘1억 원+ α’ 손배소 제기
- “맥아더 동상의 인천상륙작전 장면, 사실은 필리핀 상륙작전이었다“
- 폭염 속에도 ‘후디 집업’… 계절감 상실한 대치동 학원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