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진흙 홍수속 버닝맨축제 참가자들, 진흙 씻고 귀가길

차미례 기자 2023. 9. 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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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진 진흙 케이크 속에서 차량 행렬 정체
인형 태우기와 신전 태우기 4일과 5일 끝내
[블랙록( 미 네바다주)=AP/뉴시스] 갑작스런 폭우로 진흙탕 속에 고립되었던 미국 네바다 사막의 '버닝 맨' 축제 참가자들이 비가 갠 4일엔 진흙 속을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2023.09.06.

[리노( 미 네바다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 네바다주 블랙 록 사막에서 폭우로 진흙탕이 돼 행사자 중단되었던 '버닝맨 축제' 참가자 7만 여명이 5일 진흙탕 속에 고립되었던 상태에서 벗어나 교통 체증을 뚫고 상당수가 귀가 길에 올랐다.

8월 27일 개막한 뒤 이틀 동안 물폭탄이 쏟아져 흙탕물과 진흙밭 속에서 고립되었던 사람들은 이번에는 서로 행사장을 빠져 나가려는 군중과 차량 행렬 때문에 5일 오전에 이 곳을 벗어나는 데 거의 11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애리조나주에서 67세의 모친을 모시고 이 곳에 온 두 형제는 리노 시에서 177km거리에 있는 버닝맨 축제장을 빠져 나오는 데에만 11시간이 걸렸다고 AP통신에게 말했다.

"9월 1일까지는 전형적인 버닝맨 축제의 날씨로 완벽한 상태였는데 1일 갑자기 폭우가 시작되면서 사방이 흙탕물 호수들과 진흙밭으로 변했다"고 필립 마틴(47)은 말했다. " 그래서 결국 이 번 행사는 진흙 축제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행사 주최측은 갑자기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좀 더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 4일 오후 2시경에는 중앙 도로 부분의 차량 행렬이 빠져 나가도록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버닝맨 축제의 X( 전 트위터) 계정에 올려진 글에 따르면 5일 아침 차량 대기 줄의 대기시간은 평균 5시간에서 2~3시간으로 줄어들었지만 혼란은 여전했다.

버닝맨 축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1986년에 시작되었다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미국에서 가장 먼 오지인 네바다 사막으로 자리를 옮긴 축제이다. 거의 8만 명에 달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과 각종 활동가들이 블랙 록 사막에서 매년 1주일 동안 캠핑을 하며 온갖 전위 예술 공연과 연주를 계속하고 막판에는 거대한 인체 모형의 인형과 죽은 자를 위한 사원 모델을 불태우는 것으로 끝이 난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사막 밖에 아무 시설이 없는 거친 환경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스스로를 재발견하는"시간을 갖는다. 일부는 마지막 인형 태우기 행사 직전에 고대의 호수 바닥이었던 웅덩이 속에서 온갖 환각과 환상 속에서 정신적인 열광상태에 빠지기 위해 이 곳에 온다.

[블랙록( 미 네바다주)=AP/뉴시스] 폭우로 진흙 홍수가 일어난 뒤 날이개면서 두터운 진흙밭으로 변한 축제 현장에서 4일(현지시간) 철수하는 트럭을 얻어타고 떠나는 버닝맨 축제 참가자들. 2023.09.06.

이번 행사는 9월 4일 끝날 예정이었지만 1일부터 한번에 1.3c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드넓은 사막이 무릎 깊이의 진흙탕으로 변하고 도로가 사라졌다. 참가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홍수와 진흙뻘 속에서 생존 투쟁을 해야했다.

이 축제는 2018년 모래 폭풍으로 중단된 적이 있고 코로나 대유행기에는 2년 연속 행사 자체가 취소되었다.

자신의 레저용 차량으로 이 곳에 온 마크 프롬슨(54)은 너무 심한 물폭탄 때문에 차에서 지낼 수가 없어 다른 참가자들의 막사로 옮겨 음식과 우의를 얻어 지내기도 했다. 버닝맨의 정신은 누구에게나 무조건의 도움을 베풀어야 하며 이를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드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데 막사에서 맨발로 자기 차로 돌아가던 그는 이번에는 굳어진 진흙이 다리와 발에 들러 붙으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는 그것도 좋은 경험이며 평생 처음 해보는 강제 일광욕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버닝맨 행사는 인형을 불태우는 메인 행사가 벌어지는 2일 밤 직전에 이 곳 진입로가 폐쇄되면서 대형 인형태우기는 일단 축제기간 마지막 날인 4일로 연기되었다.

인형은 이 날 밤 태웠지만 신전 불태우기는 5일 밤으로 다시 연기되었다. 이 신전 태우기는 참가자들이 더 신성하고 영적이며 인형태우기의 광란의 파티에 비해 더 정신적인 의미가 강한 의식으로 선호하는 행사이다.

이번 폭우로 사망자도 한 명 발생했다. 사망자는 32세의 레온 리스라고 당국은 밝혔다.

심한 폭우 때문에 구급대는 리스가 무의식 상태로 발견된 지점까지 도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망 원인은 악천후와는 무관한 것 같다고 당국은 발표했다. 퍼싱 카운티 경찰은 정확한 사인은 앞으로 6~8일 걸리는 부검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진흙 홍수 속에서 참가자들은 대부분 음식과 식수를 비축하고 대피 장소에 머물렀지만 일부는 10여 킬로미터를 걸어서 인근 마을로 떠나거나 길에서 차량을 얻어 타고 이동했다.

수 많은 참가자들은 블랙록 시티의 라디오 방송 BMIR( 94.5 FM)을 통해서 리노, 샌프라니스코, 기타 도시로 향하는 차량편을 구하려 애썼고 라디오 진행자들은 청취자들에게 이들을 위한 장비나 자전거, 필요 용품등을 제공하거나 연료와 음식 비를 제공해 주도록 중개에 나섰다.

5일 오후쯤 젖은 진흙이 대부분 말라가면서 일부 사람들은 진흙 덩이를 눈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사람들이 쳐 놓은 텐트는 빗속에서는 유용했지만 이제는 가장 메마른 진흙덩이로 애물단지가 되었다.

5일 오후까지 현장에 남은 사람은 최소 1만5000명에서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주최측은 파악했다. 예전에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쫓아내곤 했지만 올해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제 발로 서둘러 떠났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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