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남극’ 도달한 인류… 물·희귀자원 겨냥 ‘문샷 경쟁’ 뜨겁다[Who, What, Why]

황혜진 기자 2023. 9.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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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인도 남극착륙에… ‘다시 뜨는’ 달
달 알짜지역 남극에 ‘물 38억ℓ’
수소 분해해 자체 연료조달 가능
1g으로 석탄 40t 에너지 만드는
핵융합연료 헬륨-3 등 자원 풍부
10도 불과한 적절한 일교차 장점
예상보다 따뜻… 장기거주 기대
교신불가 달 뒷면 中만 착륙 성공
美 전파망원경 프로젝트 들어가
그래픽 = 전승훈 기자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면서 달 정복을 향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달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지난 1972년 달에 착륙한 아폴로 17호 이후 시들해졌지만, 달은 이후 지구온난화, 핵전쟁 가능성, 소행성 충돌 등의 문제점이 늘어가는 지구의 대안으로 부상하며 21세기 세계 우주 정복 경쟁의 중심으로 다시 떠올랐다.

◇부활한 달의 가치 = 한동안 인류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달의 전략적 가치는 2008년 인도의 달 궤도 탐사선 찬드라얀 1호가 보낸 사진 한 장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황무지처럼 여겨졌던 달에 물과 얼음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지구에 이어 인간 생존이 가능한 행성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특히 물은 산소와 수소로 분해할 수 있어 심우주 탐사를 위한 발사체 연료의 자체 조달도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현재 기술로 식수 1ℓ를 우주로 보내는 데 100만 달러가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은 아주 매력적인 발사체 기지인 셈이다.

특히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해 심우주로 발사체를 쏘아 보내는 데 유리하다. 현재 지구에서 우주로 발사체를 쏘아 올리면 지구의 강한 중력에서 벗어나는 데 연료 대부분이 소진돼 멀리까지 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달에 발사체 기지를 만들면 연료를 자체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먼 행성 탐사의 길도 열리게 되는 것이다.

◇핵심은 ‘남극’ = 달에서 가장 알짜 지역이 남극이다. 인류 생존과 발사체 연료 조달에 필요한 물이 남극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는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 양만 38억ℓ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극에는 물 말고 귀한 천연자원도 많다. 핵융합 원료인 헬륨-3과 함께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우라늄, 백금과 수은 등 희귀 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지구에서 희귀한 헬륨-3은 미래의 핵융합 연료로 주목받는 원소로 지구의 화석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헬륨-3 1g이면 석탄 약 40t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탄소나 방사능 폐기물도 배출하지 않아 환경오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과학계서는 이 같은 헬륨-3이 달 남극 표면에만 약 100만∼200만t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약 1만 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화석연료 이후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인류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물질인 셈이다.

미래 월면에 건설될 기지의 상상도. 태양광 전지판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먹거리를 기르는 온실이 갖춰져 있다. 이동 수단이 되는 월면 자동차도 운영된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적절한 일교차도 남극의 장점으로 꼽힌다. 달에는 대기가 없어 통상 일교차가 300도에 달해 모든 시설물이 극한 기온을 견뎌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달의 남극은 일교차가 10도가량에 불과하고, 해가 1년 중 80% 비춰 태양광 자원 활용도 가능하다. 실제 찬드라얀 3호가 보내온 자료에서도 생각보다 온화한 달 남극의 날씨가 확인됐다. 찬드라얀 3호에 실린 탐사선이 온도 측정 장비를 통해 남극 기온을 측정한 결과 달 표면 온도는 50도, 달 표면 아래 8㎝의 온도는 영하 10도로 나타났다. 이는 달 온도가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했던 과학계의 예상을 뒤집은 것으로, 예상보다 따뜻해 장기 거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번 찬드라얀 3호로 노란색 고체인 황 등 달 표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물질도 곧 규명될 전망이다.

◇아직은 미지의 세계, 달의 ‘뒷면’ = 달도 뒷면이 있다. 하지만 뒷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간 인류의 달 탐사가 평지가 많은 달의 앞면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사례는 2019년 중국의 창어(嫦娥) 4호가 유일하다. 달 뒷면보다 남극 가치가 크기도 하지만 뒷면은 탐사 자체가 남극보다 어려워 발사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달 뒷면은 평평한 앞면과 달리 표면이 울퉁불퉁할뿐더러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존재해 착륙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특히 달 뒷면은 지구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라 교신도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창어 4호도 중계 위성을 통해 지구로 신호를 보냈다. 달 남극에 이어 뒷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20년 나사(미 항공우주국)도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달 뒷면 정복 경쟁에 뛰어들었다. 뒷면 충돌구(크레이터)에 전파망원경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2025년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달의 뒷면은 궁금하지만 육안으로는 거의 볼 수 없다. 달은 지구 주변을 돌면서 자전도 하는데 이 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는 앞면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확히 달 전체 면적의 절반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달이 좌우상하로 흔들리면서 지구 주위를 도는 ‘칭동’ 운동을 해 일시적으로 뒷면 일부가 보이기도 한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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